Ntambu_Livingston_Zambia_2006
어디를 가든지 눈앞에 아름답고 장엄하게 펼쳐진 아프리카의 자연은 카메라를 쉬게 하지 않는다. 평소 주위에 펼쳐진 것들 중 필요한 것만을 삶의 그림 안에 그려 넣으며 사는 것이 익숙한 나인데, 이 엄청난 자연은 거부할 수 없이 자기 안에 나를 일부분으로 만들어버린다.
이후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자연 앞에 작은 존재임을 인정할수록 나를 억누르는 모든 속박에서 자유로워지며 편안해짐을 느끼게 되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다가, 원래 인류는 그런 환경에서 그렇게 느끼며 살게 세팅되어 있었는데 왜 이 지경이…란 생각을 하기도…
이틀간 자연과 이들의 삶을 만난 후 참석한 루위 병원 축복식. 이 동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나 싶게 꽉 들어찬 행사장.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축제다. 긴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쉴 새 없이 아름다운 리듬과 춤으로 축하와 기대를 표현한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의 노래와 몸짓은 진실한 말과 같다.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느껴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내어놓는다. 그래서인지 아무렇게나 섞이는 화음과 같은 듯 다른 각자의 몸짓이 눈과 귀를 집중시키고 마음을 울린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나의 뻣뻣한 몸과 발성뿐 아니라 솔직하지 못한 모든 표현들이 부끄러워지게 된다. 평소엔 인식하지 못하던 여러 겹의 가면이 느껴지고 이내 답답해진다.
다음 날, 땀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 축성식이 열렸다. 잠비아 각지에서 가톨릭 교회 관계자뿐 아니라 정부 각료, 각 부족의 추장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고 잠비아인 사제 서품식도 함께 열려 그야말로 종일 축제의 시간을 보냈다. 며칠 동안 열리는 행사와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성당 주변에 캠프를 차리고 숙식하며 함께 친교를 나누고 있었다. 단순한 이들의 삶에 평생 기억에 남을 아주 큰 이벤트임을 알 수 있었고 우린 그들의 흥겨움과 뿌듯함을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과 함께 살아오지도 않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도 못하는데...
이 리듬과 멜로디가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린다.
문화와 이해의 교집합이 적어도
같은 지향으로 하나가 되는,
아니,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의 빗장을 열어내는 울림
단지 몸을 내어 맡기는 것이며...
그렇게 주술처럼 동질의 신앙에 빠져든다.
[2006. 9.]
그렇게 아프리카의 깊은 오지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한 후, 며칠 동안이지만 정든 이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땀부를 떠났다.
다시 오기 힘든 곳이란 생각에 깊은 아쉬움의 마음을 남기고 왔는데 5년 후 다시 땀부에 들어가게 된다.
망했다. 원래 일정 마지막에 사파리가 예정되어 있었다. 일 년 전 케냐 나이로비의 국립공원에서 동물들을 가깝게 담을 수 없었던 아쉬움 때문에 거금을 주고 망원렌즈(그것도 L렌즈)를 준비해왔는데, 동물들이 북쪽으로 이동해서 볼 게 없다고 빅토리아 폭포를 가기로 했단다. 폭포를 담기 위해선 망원이 아니라 광각렌즈가 필요한데 말이다. 출장 내내 엄청 무거운 망원렌즈를 이고 지고 왔는데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나이아가라, 이과수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라 불리는 빅토리아 폭포가 내게 그리 감흥을 주진 못했던 것 같다. 건기여서 수량이 많지 않기도 했고, 폭포 윗쪽에서 촬영을 위해 다니다가 물에 휩쓸려 폭포 아래로 떨어질 뻔하기도 했다. 식겁한 마음에 나를 살려준 바위에 부딪힌 아픔은 잊은 채, 한참 동안 물에 젖은 카메라를 말리며 앉아있던 기억만 떠오른다.
잠베지강 크루즈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잔잔하고 고요한 강으로 미끄러져 움직이는 배에서 아름다운 풍경들을 마음에 담으며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인상적인 풍광과 사람들, 함께해준 분들에게 감사한 기억을 추억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