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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lon easy Jan 28. 2022

미션의 시작

Zambia_2011

Mission _ 넷째 왕을 찾아서


한동안 학업에 집중해서 치열하게 살고난 후, 나의 삶과 일에 대해 깊게 바라보고 좀 더 진지해졌달까… 무언가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욕이 뿜뿜하던 때였다. 내 앞에 툭 떨어진 프로그램 '성탄특집'. 피디들이 매년 돌아가면서 만들던 특집을 맡게 되었다.

성탄은 왁자지껄, 흥청망청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고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과 사랑을 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 프로그램이었다. 잘하고 싶었다. 매년 하듯 사회복지시설 같은 곳을 찾아가서 소개하는 접근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성탄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다양한 자료를 모으고 이것저것 뒤적이던 중, ‘넷째 왕의 전설’에 시선과 마음이 꽂혔다.

러시아의 전설이자 에차르트 샤퍼의 소설인 이 이야기의 내용은, 원래 동방박사가 4명이었고 넷째 왕은 구세주 탄생의 표징인 별을 따라가다가 강도도 만나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고, 여행길에 맞이한 수많은 선택의 상황 속에서 가진 것을 다 내어주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살며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배하지 못한 회한을 품은 채 30여 년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 들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자신의 삶이 구세주를 진정으로 경배한 삶이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거 좋다. 우리 주위의 넷째 왕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묵묵히 사랑을 살고 있는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손을 잡고 기쁘게 사는 사람들을... 친구 신부님의 추천으로 지리산 산골 한센인 마을에서 수십 년 동안 가족처럼 살고 있는 스페인 출신 신부님을 만났고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성탄특집을 방송한 후 오랜 시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외국인 선교사들을 찾아 나섰고, 그렇게  [특별기획 미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먼저 외국인 선교사 아홉 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2편을 제작했다.

외국인 선교사분들과
[특별기획 미션] 1화 ‘나는 한쿡사람입니다’(2011년)

https://youtu.be/LpZiMdnEHEE

[특별기획 미션] 2화 ‘나는 하느님의 도구입니다’(2011년)


네! 주교님!


주인공 중 한 분인 두봉 주교님의 강력한 한마디가 시리즈를 확장시킨다.

'우리 같은 늙은이 너무 찍지 말고, 이젠 한국인들이 어려운 외국에 다가서 선교사로 살고 있으니 그분들을 담아야 해요.'

'네, 주교님!'

[믿음의 노래] 제작할 때 도와준 선교사분들을 언젠간 주인공으로 담아야겠다고 이제나 저제나 했기에, 바로 외국에서 넷째 왕의 삶을 살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을 만나는 기획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제작 지원해줄 곳을 찾고, 선교지를 추천받고, 일정을 짜면서 몇 달을 보낸 후 2011년 6월 [특별기획 미션]의 첫 외국 촬영지 아프리카 잠비아로 향했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잠비아의 솔웨지, 키트웨, 땀부… 모습은 그대로인데 5년 동안 수많은 이야기가 쌓여있었다. 10년 동안 땀부를 일군 유 신부님은 돌아가셨고 여러 후배 신부님들이 잠비아 각지에서 선교사로 살고 있었다.


[2011. 05. 25 페북]

잠비아 촬영지를 2박 3일 동안 둘러보고 왔습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이 생겼고...

힘과 용기가 좀 더 필요하네요 ㅎㅎ


앞으로 한 달 즐겁게 보낼 수 있길~^^


설마 내치시랴...


또 언제 올지 모르니 온 김에 잠비아에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을 다 담고 싶었다. 한국에서 기획을 하며 모든 선교사들에게 촬영 허락을 받지는 못했다. 시간도 부족하고, 연락 방법도 원활하지 않았을뿐더러 메일로 섭외하면 거절당할 게 분명했다. 직접 만나서 설득하리라고 생각했다.

키트웨, 무딴다, 메헤바 등 이동거리만 반나절씩 되는 지역들을 다니며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하고 허락을 구했다. 쉽지 않았다… 묵묵히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삶을 살고자 온 분들이기에 자신들의 삶이 내세워지거나 포장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또 한참 열풍이었던 ‘울지마 톤즈’의 영향 때문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선교사들의 대답이 ‘난 이태석 신부 같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에요.’였다. 무슨 영웅을 만들려고 온 것도, 완벽한 삶으로 포장하러 온 것도 아니라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고 선교사들의 고민, 갈등, 보람, 기쁨 등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기획이라고… 며칠을 설득했다. 함께 술도 진탕 마시고 괜히 종일 숙소에 버티고… 모두 신부님이시고 마음이 약한 분들 이어서 결국 반나절, 하루… 그렇게 촬영을 허락해주었다. 다시 일정을 정리하러 키트웨에 돌아왔더니 야구하다가 부러져 다 아물지 못한 팔의 수술 부위가 덧나서 이틀 동안 끙끙 앓았다. 회복 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촬영은 북쪽 오지 땀부, 동부 오지 무딴다, 난민촌 메헤바 등에서 한 달 동안 이어졌다.

무딴다에 짓고 있던 성당
무딴다 사람들

평화로운 잠비아


잠비아는 비교적 평화로운 나라다. 앞글에서도 말했듯이 아이러니하게도 부족 간, 국가 간에 놓고 싸울 자원이나 이권이 없기 때문에 비록 가난해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주변국에서 전쟁, 부족 간의 갈등, 기아 등으로부터 피해 온 난민들이 국경 주변에 많이 살고 있다. 난민촌을 형성하고 유엔, 자선단체 등의 지원으로 삶터를 일구고 있었다. 난민촌을 둘러보았는데 사실 오지의 삶이나 난민촌의 삶이나 그 모습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움막(Hut)을 지어 살거나 오래된 유엔 텐트에서 자연과 함께 사는 모습들이다. 밝은 표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잠비아 동부의 난민촌 메헤바
선교 현장체험을 온 신학생들(左),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길러본 수염(右)
메헤바 거리
메헤바 난민촌에서 가정방문하며 수지침 치료와 생필품을 전하는 평신도 선교사

[2011. 06. 05 페북]

잠비아 메헤바 난민촌의 버내너. ^^

싱그러운 아침을 만나게 해 준...


[2011. 06. 06 페북]

벌써 잠비아 일정의 반이 지났네요.

앞으로 3주간 많은 과제가 남았지만,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편하게 잘~지냅니다.^^

오지에서 이렇게 위성인터넷도 쓸 수 있고 ㅋ


Still


영상 촬영을 하는 틈틈이 스틸 사진을 찍는다. 내가 쓰는 촬영 장비인 Canon 5D는 동영상과 스틸을 같이 찍을 수 있다. 영상 촬영은 일이고 스틸은 취미이다. 일과 취미를 병행하며 뷰파인더 속 세상에 푹 빠진다. 그리고 사진엔 항상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담긴다. 순수하고 예쁘고 밝은 표정을 그대로 정지시켜 놓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의 아이들
다른 마을로 이동하기 위해 트럭을 기다리고 있는 촬영감독, 신학생들
양현우 신부님의 공소미사
김형근 신부님의 공소미사
메헤바 공소 밖 풍경

[2011. 06. 09 페북]

부시에 사는 사람들이 행사를 위해 이곳 땀부에 모였습니다.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고 북적이니 오지의 적막함은 없네요^^

오늘은 건기임에도 이례적인 소나기가 퍼부었구요.

슬슬 버라이어티 해집니다 ㅎㅎ


[2011. 06. 13 페북]

오늘은 저녁식사 중에 가져온 술이 다 떨어져서 잠비아 소주(?)를 추진해서 마셨습니다.

이곳 부쉬에서 구할 수 있는 술이라곤...

이렇게 비닐봉지에 줄줄이 파는데 한팩에 우리 돈으로 250원 정도.

도수는 45%. 맛은... 어린이 감기약 맛.

한 봉지 먹었는데 훅 올라오네요. ㅋ

가격 대비 효율 높은 녀석입니다 ㅎㅎ


상처와 극복


여러 지역을 다닌 후 땀부에 왔다. 그간 많은 일이 이곳을 폭풍처럼 할퀴고 지나갔고 너른 마당을 기도하듯 천천히 걷던 유 신부님은 더 이상 이곳에 없었다.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 공동체는 와해되었고 1년 전 파견된 신부님들이 새로운 시작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하루하루 '사랑'과 '정의'의 충돌 속에 고뇌하는 이분들과 자주 카메라를 내려놓고 깊은 토론과 생각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어둠에 쌓인 아프리카 오지에 사랑의 빛이 가득하길 바라며...

땀부(Ntambu) 성김대건안드레아 성당
땀부 성당 미사
땀부 거리

[2011. 06. 20 페북]

지난 일주일 인터넷에서 멀어져 잠비아의 난민촌에 있었습니다...

앙골라, 콩고, 수단, 심지어 소말리아에서 내전을 피해온 난민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잠비아는 비교적 평화로운 곳이어서 이곳으로 모인다네요)

월식 날 쏟아지는 별을 망연자실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했네요^^


일정이 당겨져 곧 귀환합니다. ㅎㅎ


[2011. 06. 20 페북]

5년 전엔 못 만났던 '사람'을 만났습니다.

어느 곳에도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좀 다를 뿐...ㅎ


나의 일이 참 좋다


그렇게 한 달 반 동안 잠비아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고민하고 기뻐하고 눈물 흘리고 행복을 찾으며 치열하게 이들의 이웃이 되고자 하는 분들을 만났다. 이곳 사람들 역시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선교사들의 노력을 생경하지만 기대에 찬 얼굴로 바라보고 흔들리다 다시 따라오고 멀어지며 온 삶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 모습들을 잘 담아내고, 느낀 그대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특별기획 미션] 잠비아 영상(3부작)


https://youtu.be/5QyH_mwDUKg

[특별기획 미션] 4화 ‘잠비아로 간 6인의 사제들 1’(2011년)

https://youtu.be/a7i6WtVUo_w

[특별기획 미션] 5화 ‘잠비아로 간 6인의 사제들 2’(2011년)

https://youtu.be/7m6RB5YWvQo

[특별기획 미션] 6화 ‘잠비아로 간 6인의 사제들 3’(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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