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푸레 Mar 09. 2020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백석


밖은 봄철날 띠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 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다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건만 나는 하이얀 자리 위에서 마른 팔뚝의

샛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려 다닐 것과

내 손에는 신간서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세상사'라도 들을

유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통영統營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