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앞에서 우리는 눈앞이 캄캄해지지. 벽은 넘지 못하고 눈만 감을 때가 있어. 힘을 들일수록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고, 힘을 내도 힘이 나지 않는 날들이 있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네가 보고 싶어.
안녕? 안녕, 안녕은 처음 하는 말이야. 안녕, 안녕은 처음 아는 말이야. 안녕은 마음을 주고 마음으로 받는 말이야. 그래서 마르지 않아. 안녕은 같이 앉아 있는 거야. 안녕은 노래야. 안녕은 가리어지지 않는 빛이야. 안녕은 부스러기야. 안녕은 혼자를 뛰어넘는 말이야. 안녕은 등 뒤에서 안아주는 말이야. 안녕은 눈을 뜨는 일이야. 안녕은 어제를 묻고 오늘 환해지는 일이지. 안녕은 밥을 나누어 먹는 거야. 그러다 조금 바닥에 흘리고 씨익 웃는 거야.
안녕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일이고, 셈하지 않고 들어주는 일이지. 그게 무엇이든.
안녕은 차곡차곡 모으는 마음이야. 마음을 딛고, 우리는. 안녕, 안녕.
한번 눈으로 본 것들은 언제라도 다시 그려낼 수 있어.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하는 거야.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서로를 놓아주는 일이야.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뒷모습을 지켜봐주는 일이야. 안녕, 안녕.
안녕, 안녕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안녕, 안녕은 말하기 싫을 때에도 해야 하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