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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푸레 Aug 09. 2016

별보다 빛나는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에서의 게르 여행

나방이 슬어 놓은 알처럼 초원 여기저기에 유목민의 게르가 산개했다. 밤 11 시 무렵이 되자 비로소 하늘이 어두워졌다. 게르 주변의 조명을 피해 뒷동산에 올랐다. 풀밭 위에 담요를 펼치고 아들과 나란히 누웠다. 높이 솟은 어워(OVOO) 너머 별이 빼곡하다. 별들은 어워를 기점으로 게르의 굴뚝을 지나 먼산 끝까지 강을 이룬다. 별이 흐르는 강에서는 물고기가 튀어 오르 듯 별똥별이 떨어진다. 몽골 울란바타르 인근 테를지 국립공원의 은하수를 목도한 우리는 말이 없다.

 




몽골 여행을 계획한 건 지난 4월부터였다. '몽골의 밤하늘이 좋다'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마음 맞는 서넛이 덜컥 패키지여행을 예약했다. 마침 방학을 맞은 아들이 동행했다. 출발이 임박해서 카메라를 바꾸고 렌즈를 구매하는 둥 부산을 떨었다. 몽골의 여름은 낮에는 덥고 밤에는 매우 춥다는데 누구도 정확한 기후를 알지 못했다. 아내가 인터넷을 뒤져 캐리어에 짐을 바리바리 채웠다. 긴소매 옷과 반팔 옷 그리고 바람막이와 얇은 패딩을 넣었다. 베트남에서 살다 온 아들이 추울까 봐 침낭도 하나 넣었다.  


어워 (OVOO)



하지만 7월 말에서 8월 초의 몽골은 너무 더웠다. 밤에 게르 밖에 나와 있으니 선선해서 몽골 보드카를 즐기기 좋았다. 유목민들의 텐트인 게르는 장정 네댓 명이 30 분이면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다. 나무로 엮은 벽은 아코디언처럼 접었다 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벽과 지붕은 모두 양털로 덮고 중앙에 난로를 피워 혹한기 영하 40도의 추위에도 견디도록 만들었다. 여름엔 동쪽으로 낸 출입문과 지붕 꼭대기를 열어 놓아 환기가 잘 되도록 했다. 이동이 많은 유목인들에게 최적화됐으며 매우 과학적인 주택이다.


게르 내부 모습



초원에 지은 주택인지라 다양한 벌레들이 수 없이 게르 안으로 침입했다. 벌레를 죽도록 싫어하는 아들이 침낭을 머리 끝까지 덮어쓰고도 밤잠을 설친 건 물론이다. 몽골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느슨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잠시 이동하고 휴식, 말 잠깐 타고 휴식, 거북바위와 새벽사원 잠시 구경하고 또 휴식하는 식이었다. 날씨가 무덥지 않아서 낮잠을 편히 잘 수 있었다면 무척 마음에 들었을 일정이다. 부산 인구보다 적은 전 국민 300만 명이 남한 면적의 17 배에 해당하는 국토에 살고 있는 몽골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돈을 쓰려고 해도 쇼핑할 곳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의 주머니에 관심이 없었다.


양고기를 각종 채소와 함께 푹 고은 유목민 전통식 '허르헉'

유목민이 게르에서 요리해 준 전통 양고기 요리 '허르헉'은 담백하고 냄새 없이 맛났다. 기마 체험 후 시장했던 터라 말 젖을 발효시킨 마유주를 곁들여 배불리 먹었다. 몽골의 유목민들은 말과 양 그리고 염소를 기르고 고기와 털을 팔아 자식을 가르친다. 가축과 게르 외에는 소유할 것이 없는 초원에서 그 수익만으로 유목민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하다.


수흐바타르 광장 Sukhbaatar square



몽돌처럼 촘촘히 박힌 테를지 밤하늘의 별들을 하루 더 보고 다음날 울란바타르 시내를 둘러보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더 넓은 집과 더 큰 차의 소유를 삶의 목적처럼 살아가는 도시인에 비해, 소박하면서도 풍요로워 보이는 유목민의 삶은 경이로웠다. 사진에 담지 못한 별들을 가슴에, 눈에 담지 못한 유성들을 사진에 담아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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