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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푸레 Dec 19. 2016

나만의 엽서 만들기

연말 선물로 더없이 좋은

출사를 다녀와서 하드디스크에 쌓여가는 사진 데이터들. 글씨를 쓸 때마다 수해지는 화선지들.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켜켜이 묵혀지는 창작물들은 계륵이었습니다. 살려 내야겠죠. 세상에 다시없는 '나만의 엽서'를 통해 어둠으로부터 구원했습니다. 약간의 스킬만 있다면 작업은 단순할 것이며, 비용은 저렴할 것이며, 만족으로 충만할 것입니다.


기가를 넘어 테라로서 환산 가능해진 사진 데이터들

우선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추리는 일입니다. 사진을 고르는 작업은 고되기도 하지만 지난 추억을 곱씹는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가 마음에 드는 사진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테니까요. 저는 기억에 남는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골라 봤습니다.


 


사진과 함께 최근 시작한 수묵 일러스트 중 한 컷도 포함시켰습니다. 물론 사진들은 인쇄에 적합하게 후보정을 해야겠죠. 인쇄용 후보정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습니다. 보정 작업 완료 후 RGB 파일을 CMYK로 변환시켜주면 더 좋습니다. 사진을 고르고 보니 최종 선택은 다른 사진이 되었군요. 선천선 결정장애로 인한 후유증입니다.

이번에는 사진에 맞는 글씨를 써 봤습니다.


글씨는 사진보다 조금 어렵습니다. 특히 문구를 선택하는 일이 어렵네요. 하긴 글씨를 쓸 때면 늘 하는 고민이 좋은 문구를 고르는 일이죠. 글씨를 쓰는데 독서 필요하다면 모순일까요. (아마도 제 독서량이 부족한 때문이겠죠) 평소 읽던 책에 밑줄 그어놓은 문구와 내가 썼던 글에서 발췌해봤습니다. 그리고는 화선지에 쓰고 다시 또 썼습니다. 수많은 화선지를 낭비한 후 간신히 몇 개를 골라 스캔을 받습니다. 종이의 잡티는 날리고 글씨만 선명하게 남도록 보정합니다.


이제 사진에 글씨를 앉혀줍니다. 글씨가 들어간 사진을 보면 "어떻게 하는 거냐"라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매우 신기해하시는데 무엇이든 그렇지만 알고 보면 간단합니다. 여기서 포토샵 강의까지는 적절치 않으므로 넘어가도록 합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다섯 종의 엽서 데이터를 완성했습니다. 처음에 골랐던 사진이나 그림과는 모두 다른 걸로 선택했네요. 다소 '노가다'를 했지만 완성하고 보니 뿌듯합니다. 엽서에는 적당한 폰트를 골라 닉네임도 넣어줬습니다.


이제 인쇄를 맡길 차례입니다. 포털에서 '엽서소량제작'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업체가 나옵니다. 적당한 업체를 골라 주문합니다. 제가 주문한 업체는 40 매 기준 12,800원이더군요. 여기에 약간의 봉투값과 택배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최소 수량이 40 매지만, 여러 종의 엽서를 함께 인쇄할 수 있습니다. 가령 몽골 엽서 8 매, 터키 엽서 12매 등 주문자의 의도에 따라 수량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엽서 전문업체를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인쇄한다면 몇 배의 비용을 지불해야 가능합니다. 인쇄가 대중화된 시대가 됐군요. 주문에서 배송까지 3~4일이면 충분합니다.


이제 봉투에 정성껏 주소와 이름을 적습니다.



받는 분에 맞춰 속지를 쓰고 주소와 봉투를 쓰는 일이 생각보다 힘드네요. 그래도 엽서를 받고 기뻐할 지인들을 떠올리며 인내력과 지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쓰고 다시 씁니다. 봉투는 크라프트지를 선택했습니다. 개성 있어 보여 좋더군요. 사나흘에 거쳐 우편물을 발송하고 동네분들에게는 직접 건넸습니다. 그리고 피드백이 오기 시작합니다.



우편물을 받자마자 테이블 위에 올려놓거나 적당한 곳에 붙여 놓고는 사진을 찍어 나에게 보냅니다. 엽서를 받은 사람 모두가 좋아합니다. 이메일이나 문자 또는 메신저로 소통하는 시대에 손글씨로 적은 봉투에 우체국 소인이 찍힌 우편물을 받아 본 지 다들 오래인가 봅니다. 메신저 선물하기로 커피나 음료를 보내 주는 친구들도 있군요. 아날로그로 받은 후 디지털로 답장을 했지만 난 다시 따뜻한 커피를 마십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멋진 캘리그래피가 아니면 어떤가요. 글씨가 삐뚤빼뚤해도 좋습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도 충분하죠. 추억이 담긴 사진을 꺼내어 손에 잡히는 나만의 엽서로 만들어 보세요. 내 작은 수고로 인해 까무러칠 듯 기뻐하는 친구들을 만날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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