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
훈련 종료를 알리는 신호가 태평양의 정적을 깨뜨리기 직전, 김도현의 잠수함은 미 해군이 그어놓은 ‘안전 경계선’의 가장자리에서 마지막 기동을 시작했다.
“빨판상어-1(AUV), 분리 300초 경과. 모함과의 음향적 분리 및 기동 구역 확보 완료. 예정 웨이포인트 진입했습니다.”
헤드셋을 가볍게 눌러쓴 음탐장 강연주 대위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명료했다. 전술 화면에는 모함의 거대한 선체에서 떨어져 나간 작은 점 하나가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과거의 잠수함이 스스로 미끼가 되어 사지에 머물러야 했다면, 이제는 분신과도 같은 무인 체계가 그 위험을 짊어진 채 적의 면전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빨판상어로부터 데이터 링크 수신. 적 호위함의 능동 소나 핑(Ping)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습니다.”
강 대위가 콘솔을 조작하자, 화면 위로 미 해군 구축함이 쏘아대는 소나의 도달 범위와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음향 사각지대가 입체적인 등고선처럼 그려졌다. 적들이 자신감을 갖고 쏘아 올린 탐색의 불빛은, 역설적으로 한국 잠수함에게 가장 안전한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부장이 김도현을 돌아보며 나직하게 덧붙였다.
“함장님, 술래가 켠 불빛을 우리가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탐색망은 이제 우리를 가두는 벽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갈 길을 비추는 조명일 뿐입니다.”
김도현은 눈을 감고 함 내를 흐르는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 20여 년 전, 이 낯선 바다에서 홀로 거대 함대를 마주했을 아버지가 느꼈을 그 진동이었다. 아버지가 말했던 ‘진짜 어둠’은 단순히 보이지 않는 곳에 숨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만든 규칙을 역이용해, 그들 스스로를 장님으로 만드는 지혜였다. 이제 그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밟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어둠이 되어 적의 뒤에 서 있었다.
“음탐실 보고. 목표 항모, 사격 제원 산출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거리 9,000야드. 적은 여전히 아군 AUV가 분산시킨 가짜 소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강 대위의 확신에 찬 보고에 작전장이 함장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훈련의 균형이니 통제 구역이니 하는 문서상의 제약은, 이미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스며든 실전의 의지 앞에서 그 의미를 잃었다.
김도현이 마이크를 잡았다. 함 내의 공기가 그의 입술 끝으로 무겁게 응축되었다. 그는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함장들이 공격의 순간, 오직 표적만을 정조준하며 내뱉는 가장 단호한 명령을 내뱉었다.
(이것은 어뢰가 아니므니다. 가상?AUV사출씬... ^^)
소설에서 김도현의 부친은 장보고 함장으로 소개되지만, 보다 정확히는 장보고급(SS-I)의 초대 함장들 중 한 명이라는 설정. (림팩에서 대활약한 대한민국 잠수함 함장은 단 한 명이 아니었다.)
소령 김도현도 처음에는 장보고급(SS-I)으로 훈련에 참가하지만, 이후 중령으로 진급 후 손원일급의 부함장을 맡다가 도산안창호급(SS-III) Batch-II 장영실함(2027년 실전배치 예정)의 초도함 인수를 맡아 초대 함장이 된 것으로 설정해 보았다.
1장 마지막에 첨부된 이미지가 바로 그, 원래는 도현의 첫 잠수함으로 등장시키려 하였으나 결국 간택되지 못하고만 비운의 손원일급(SS-II). 초기 전력화 과정에서 부품 결함과 성능 논란, 그리고 인수평가를 둘러싼 방산비리 수사까지 겹치며 한동안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던 잠수함이다... ㅠㅅ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