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VIM 비즈빔 01. 모카신에 대하여

by 정다면

모카신의 기원과 원형

모카신은 수백년 간 미대륙 원주민들이 슬리퍼처럼 일상적으로 착용하였던 가죽신이다. 모카신의 디자인은 지형적 요건, 부족, 시대에 따라 다양하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다. 현대의 많은 신발들이 발등 부분과 아웃솔을 따로 제작하여 기운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반해, 모카신은 사슴 등의 동물 가죽 한 장으로 발등 부분과 아웃솔 부분을 모두 만든다. 박음질은 주로 힘줄을 사용하여 발등 부분과 발꿈치 부분에 이루어진다.
엉성한 듯 보이는 만듬새에도 불구하고, 모카신은 착화감이 상당히 훌륭하고 미국 원주민들이 추운 겨울을 나기에 충분할 만큼 보온성도 좋다. 많은 모카신에서 발견되는, 발목 부분에 덧둘러져 불필요한 듯 보이는 부분도 사실은 날씨가 추울 때 위로 올려 종아리를 덥히기 위한 것이다. 미국 원주민들 가운데 가장 추운 지방에 거주하는 부족들은 토끼털, 양 가죽 등을 더하여 보완한다. 모카신들은 오늘날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형태의 아웃솔을 두르지는 않지만, 간혹 사막에 거주하는 부족들은 바위와 선인장으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두껍고 단단한 가죽을 밑창에 대기도 한 반면, 숲에 사는 부족들은 그런 보완 없이 부드러운 상태의 모카신을 신었다.
발등 윗 부분에는 뱀프(vamps)라는 이름의 장식들을 달아 보다 자유롭게 치장하기도 했다. 구슬, 자수, 퀼 자수(porcupine quilwork)이 주로 모카신을 장식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사람들은 모카신에 달린 장식들로부터 신발 주인의 소속 부족, 경제적 지위, 그가 섬기는 신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버팔로나 천둥새와 같은 동물 모양 디자인이 흔했으며, 추상적인 상징들도 자주 사용되었다. 발목 부분의 프린지는 단순 장식인지, 나름의 기능을 지닌 부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미학적으로 뛰어난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모카신은 감각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아이템이 되었다.


비즈빔의 시그니처 아이템 FBT가 탄생하기까지

비즈빔의 수장 나카무라 히로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7세에 나는 나보다 몇 세기 앞서 미국 원주민들이 신었던 신발의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그 신발들은 그때까지 내가 가졌던 어떤 것과도 달랐어요. 이때 갖게 된 모카신은 이미 도시 생활에 맞게 변형된 제품이었어요. 평야나 사막에 사는 원주민들이 모카신 밑창에 가죽을 덧대었던 것처럼 고무창이 대어져있었죠. 저는 그때 도시인의 신발에 고무창이 얼마나 필요한 요소인지 처음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 제가 비즈빔을 창립했을 때, 저는 지금까지 시장에 누구도 선보인 적이 없는 획기적인 아이템을 내놓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해낸 것은 제 청소년기에 제게 영감을 불어넣었던 모카신의 클래식한 실루엣을 오마주 하되, 도시 생활에 적합하도록 기능성을 보완한 신발이었습니다.
컨셉 자체는 굉장히 심플했어요: 미국 원주민들의 모카신을 거친 모습 그대로 구현할 것, 다만 도시 생활에 적합하도록 기능성을 추가할 것. 여기에 저는 신발의 활용성을 굉장히 신경썼어요. 다양한 스타일에 믹스 매치가 되기를 바랐죠. 이 지점에서 탈착 가능한 프린지를 만들어 활용도를 높이고자 했어요. 모카신의 원형 그대로의 느낌을 내기 위해 저는 햇빛에 무두질한(natural tanned)엘크(북미 지역에 사는 큰 사슴; moose라고도 함)가죽을 사용했어요. 여기에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소재의 미드솔과 TPU(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소재의 뒤축을 더한 아웃솔로 기능성을 추가했죠.
FBT는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에 출시되었고, 당시부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저희 팀은 기본 디자인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발전을 시도해왔어요. 탈착 프린지, 고무 아웃솔이 달린 가죽 모카신이라는 큰 틀은 변함이 없지만, 그밖에 다양한 소재들이 업그레이드 되었지요. 미드솔은 이제 폴리우레탄으로 만들고, 아웃솔은 일부 모델의 경우 비브람(Vibram)*이 커스터마이즈 하기도 해요. 또 염색하지 않은, 자연 무두질된 가죽을 사용하여 소비자들의 발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하고, 자연 코르크 소재 안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모양에 맞게 변하도록 만들어집니다. 발과 그 연장에 있는 신발은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많은 하중을 견뎌야 하는 부위/부분인 만큼, 천연 소재를 사용하여 발이 가능한 한 잘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FBT는 상당히 상징적입니다. 우리의 본래 목표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맞은 사용감이 생기고, 시장에서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자리잡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FBT는 이 모든 가치들을 구현한 제품일 뿐만 아니라, 우리 팀이 끊임 없이 새로운 획기적인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도록 만드는 영감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비브람: 스포츠 슈즈 등에 필요한 고무창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
(위의 글은 아래에 링크 걸린 비즈빔의 모카신에 대한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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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빔의 FBT는 일본 패션 브랜드의 지형을 형성하는 것에 독보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비즈빔의 나카무라 히로키는 위의 에세이에서 FBT 모카신이 갖는 의미를 고백한 바 있다.
나카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에 바튼 재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스노우보드 산업을 기반으로 한 경험과 십대 시절 알래스카에서의 기억이 더해져 그의 디자인 언어의 핵심 골격을 이루었다. 이로부터 비즈빔의 노선은 기본적으로 전통 문화적 감각에 현대적 기능성을 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가늠할 수 있다.
대부분의 운동화 디자인이 스포츠 산업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원주민들의 문화에 영감 받아 제작한 모카신 디자인은 상당히 흥미롭다. 모카신은 북미 원주민들이 중요시 한 일상 생활의 편의성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절충하여 구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문화적 배경을 상징적으로 담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적 산물에 타 문화를 이식하는 일은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FBT는 숭고한 문화적 유산을 투박하게 상업화 하지 않고, 그 가치를 그대로 보존하여 발전시킨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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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T의 진화와 함께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FBT의 초기 모델은 한국에서 주로 생산되었으나, 한국의 경제 지형이 변화하면서 생산기지가 중국으로 이전되었다. 그러나 중국산 저품질 제품에 대한 선입견은 어느 정도 현실이었다. 나카무라는 "중국에 짝퉁이 성행한다는 것도 물론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에서 제조된 제품은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라고 회고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품질 개선이 계속되어 기존에 한국에서 생산되던 돼지 가죽+EVA 솔의 조합보다 한 층 더 발에 편안함을 선사하는 소가죽+PU솔 조합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혹시 FBT의 엄청난 성공이 비즈빔이라는 브랜드를 가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매장 직원들에 따르면 아직 비즈빔과 FBT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고객들이 "비즈빔 어디있어요?"라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카무라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점점 더 FBT의 출시 빈도를 줄여나갈 생각이에요. 시장에서 FBT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시즌에 따라 또 출시하되, 한 번에 시장이 포화되지 않을 정도의 수적 균형을 지키면서요. 적어도 지금은 FBT에 대한 수요가 꽤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신발이 더 많이 생산되길 바라는데 굳이 생산을 멈출 필요는 없겠지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즈빔은 FBT의 공급량을 굉장히 섬세하게 조절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가 계속되더라도 비즈빔은 꼼데가르송이 한 것과 같이 시장을 장악해버리기 위한 마켓 플레이를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이템이 곧 브랜드와 동일시 되는 현상은 어딘가 안타까운 구석이 있다. 나카무라는 비즈빔 팀이 다른 제품들을 제작하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FBT가 모든 관심을 독점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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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아래의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


https://www.maekan.com/article/the-next-level-moccasin-my-neurotic-obsession-with-the-visvim-f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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