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에세이 01. 커뮤니티와 브랜딩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브랜딩

by 정다면

나의 가장 본래적인 관심사는 브랜딩과 마케팅에 있다. 어떤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그 가치에 대해 어떻게 소비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지, 그것이 나의 관심사이다. 그런데 브랜딩과 마케팅에도 폭넓은 스펙트럼이 있다. 한 쪽 끝에는 브랜드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가감 없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는 작업이 있다. 다른 쪽 끝에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지 않거나,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가치를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시각적인 이미지를 입히는 작업이 있다. 전자에서는 브랜드가 팔고자 하는 구체적인 제품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후자에서는 시각 디자이너에 의해 입혀진 이미지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전자에서 브랜딩 디렉터, 마케팅 티렉터는 무엇보다 브랜드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후자에서는 소비자들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지금 소비자들이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또 브랜드가 어떻게 하면 잘 팔릴지보다, 그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앞세워 고민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더 관심이 있다. 다시 말해, 브랜드들이 어떻게 소비자들의 행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나의 브랜드 아나토미아는 기본적으로 자신들만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들을 분석하고, 그들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나아가 각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그것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추상적 방향성과 구체적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일본 패션 브랜드들은 그 시작점이다. 나는 일본 브랜드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게 되는지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 가치중심적 브랜드에게 덕후들의 커뮤니티만큼 좋은 소통의 창구가 없다. 나는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들이 시장장악력 확보보다 커뮤니티 형성을 더 중요한 목표로 삼고 전개되길 기대하며, 그런 시류를 만드는 것에 내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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