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가는 무엇을 만들고 소비하는가와 다르지 않다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만큼 두서가 없고 흐름이 매끄러울 수 있습니다.)
비즈빔은 들여다 볼수록 매력적인 브랜드이다.
나는 타고난 성격으로 인해 무엇이든 관찰하는 것을 즐기는데, 나의 관찰과 분석의 끝에는 언제나 '그것을 만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대상은 밖으로 표현된 바가 그것의 실제 모습과 일치하는 것들이다. 사람도 자신의 내적 개성을 외부로 가감 없이 표현하는 사람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만든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를 그대로 구현해내는 제품들을 욕망하게 된다.
대개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가장 이상적인 과정은, 자기 표현을 함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보다 큰 스케일로 표출하려는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해 매력적인 사람이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들게 되어있다. 비즈빔은 이런 조건에 잘 들어맞는 브랜드이다. 내가 관찰한 비즈빔의 창립자 나카무라 히로키는 자기확신과 남성미가 두드러지며, 그것을 자연 속의 러프함을 통해 드러내길 즐기는 사람이다. 자연에 맞서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는 현명한 아메리칸 인디언 추장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비즈빔은 그러한 그의 정체성을 아주 잘 드러낸다. 물론 비즈빔이 그만의 것이 아닌 만큼 디렉팅 팀의 다른 사람들, 그리고 수공예 작업을 하는 장인들의 정체성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들을 하나의 컬렉션으로 꿰는 일은 나카무라 히로키의 소임인 만큼, 각 컬렉션들의 전반적인 조화가 그의 자유로움, 다채로움, 자신감, 여유, 남성미를 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우선은 나카무라 히로키의 성정에 매력을 느끼고 스스로를 그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으로 정의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마니아 층을 형성할 것이다. 이들은 나카무라 히로키가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듯이, 대개 '강인함'이라는 성질에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이리라 생각이 된다. 비즈빔을 열심히 소비하는 고객이라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연스러움과 야성미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비즈빔의 소비자가 이들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비즈빔의 배후에 놓인 스토리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감각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비즈빔이 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개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일환에서, 혹은 남성미에도 여성미에도 속하지 않은 제3의 노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비즈빔의 제품을 소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비즈빔의 제품들은 색깔이 뚜렷하면서도 기본 아이템으로서의 특질을 갖춘 경우가 많아서 이러한 믹스매치의 여지가 큰 만큼, 마지막 범주의 소비자들의 수가 결코 적지 않다. 비즈빔 하나를 둘러싸고 형성되는 소비자들의 집단도 이처럼 다양한다. 이는 비즈빔이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어필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비즈빔을 살펴보면서 나는 '내가 브랜드를 만든다면 어떤 가치와 감각을 추구하고 싶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나의 내적 정체성의 형성 속도에 비해 그것을 외부로 표출하는 방법을 익히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요즘에 들어서야 나는 나의 내면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소비하고 입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따라서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 찾는 중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답을 찾는 하나의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감각과 가치를 가지고 그것을 어떻게 표출하며 살아가는지 관찰하고, 그것을 준거로 삼아 내가 따라해볼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취사선택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비즈빔과 히로키가 내게 그런 기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비즈빔의 자연주의적 가치관과 주술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우선 나는 천연 소재의 전통 기법만이 가져올 수 있는 우연적인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더 나아가, 그런 것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사용감, 손탐새를 좋아한다. 여기에는 기계문명에 대한 학습된 거부감이나,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들에 대한 가치 판단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나의 타고나고 다듬어진 취향이 그러한 것 같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전통 문화가 그러하듯, 비즈빔의 제품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깃든 주술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21세기에는 '주술'의 관념 자체가 터부시 되는 경향이 있어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비즈빔과 다른 매력적인 브랜드들의 덕후들을 자극하는 감각은 주술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있는 것 같다. 사실 어딘가 신비로운 구석이 없는 것에 대해 덕질을 하기도 쉽지 않다. 비즈빔은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갖는 독특한 주술적인 분위기로 소비자들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고, 나 역시 그런 분위기에 매료되고는 한다.
반면 비즈빔의 거친 분위기와 강인함, 사냥꾼스러운 감각들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동물 가죽에 대한 반감도 있고, 그것을 손질하는 과정이 거칠고 지난하다는 특징도 그렇다. 동물성 소재가 갖는 둔탁한 색감과 질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식물성 소재 중에서도 굵은 실로 촘촘히 엮어서 질기고 두껴운 소재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동물을 사냥하는 사람보다는 꽃과 열매를 채집하는 사람에 가까운 것 같다. (써놓고 보니 좀 웃기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식물성 소재를 사용하여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과 반짝이고 투명한 색감을 지닌 물건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온난한 기후에서 형성된 문화의 전통, 그 중에서도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르 들여다보게 되었다.
요즘에는 한국의 옷감과 염색 방법, 그리고 다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생각보다 한국의 것에 매력을 느끼고 덕질하며 그것을 온라인-오프라인 상으로 알리려는 사람들(어르신들..)이 적지 않다. 언젠가는 이런 문화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보는 것이 나의 꿈이다. 커뮤니티라는 게 별 대단한 게 아니다. 서로를 알든 모르든, 비슷한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비즈빔이 국경을 초월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내가 추구하는 것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꾸준히 해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