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잘 지내려고요

잘 지내냐구요? 네, 저는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잘 지내려는 노력하고 있고, 이에 필요한 의지와 열정을 모닥불처럼 작게 피워올리고 있습니다. 그 정도의 땔감은 있다고 믿는 편이고, 믿는 만큼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솔직히 말하건대, 우울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종종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여전합니다. 그런데 그런 감정과 생각은 어차피 나의 것이 아니에요. 내 몸의 것이지. 내 몫은 내 몸의 것을 몸에게 맡기고, 나의 것을 챙기는 일입니다. 당신 말대로 나는 나의 것을 챙기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정전기가 일어난 머리카락처럼 내게 달라붙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가끔 숨이 막힐 것 같아요. 그들에게 날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 그들이 내게 연민 혹은 원망 혹은 멸시의 눈길을 보낸다는 느낌, 그 모든 것이 켜켜이 목 주위를 두르고 조여오는 기분입니다. 그러한 사실을 잠시 잊은 채 나를 쉬게 하는 유일한 사람은 당신입니다. 당장 당신이라는 위안으로 이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요. 하지만 그런 당신조차 날 건져올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날 살릴 수 있는 나 자신 뿐이죠. 그렇기에 난 당신을 만나러 가기 전에 이 사실부터 나의 존재 깊은 곳에 새겨 넣으려고 합니다.

내가 날 살리기 위한 작업이 쉼 없이 심장박동과 함께 뛰게 될 즈음 나는 잘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될 날이 멀지는 않을 거에요. 그날이 오면, 그때 가겠습니다. 그때까지 잘 지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