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상장한다는 것

뭔가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by 유니

회사가 상장을 했다.


회사가 상장을 하는 날, 직원들은 상장식에 초대를 받았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상장을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진귀한 경험이기에, 그 진귀한 경험을 놓칠 수 없어 바쁜 업무를 뒤로 하고 아침 일찍 여의도로 갔다.


'회사를 상장시키겠다'는 것은 이 세상의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 CEO들의 목표이자, 직원들에게 날리는 희망고문 또는 공수표 같은 것이다. 나의 첫 회사였던 벤처기업 사장부터(그는 내 석 달치 월급과 2년치 퇴직금을 떼먹었다), 직전 회사의 대표이사까지, 모두가 그랬다.


현 회사로 이직을 준비할 때, 이미 이 회사는 상장을 위한 길고 긴 과정이 어느 정도 끝나가는 상태였다. 하지만 '거의 끝나가는 상태'에서 정말로 상장하는 날까지도 꽤 시간이 걸렸고, 내가 입사하고 6개월 여가 지난 시점, 마침내 회사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직원들로부터 우리사주 청약을 받았다. 이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양분화 되었다. 회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본인의 재정 상황 내에서 최대한 많은 주식을 확보하고자 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 회사의 미래를 그리 높게 보지 않고 구매 가능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구매하거나 아예 구매를 하지 않는 부류도 있었다. 전자는 주로 나이가 좀 있는 차부장급 또는 임원들이었고 후자는 젊은 직원들이었다.

나는 전자였다.(나는 젊은 직원이 아니었...) 우리 남편은 사회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이미 회사가 상장하는 경험을 했고, 우리 사주를 통해 꽤 재미를 본 케이스였다. 그래서 나는 우리사주 청약 시 꽤 큰 금액을 투자했다.

사실 우리사주는 사고 싶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근속년수도 1년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초기 배정받을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았다. 회사는 상장하기까지 고생한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차원에서 전체 주식의 20%(배정 가능한 최대치)를 직원들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후자'에 속하는, 본인에게 할당된 주식을 일부 혹은 전부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덕분에 난 사고 싶은만큼(살 수 있는만큼)의 주식을 살 수 있었다.

대표이사와 연구실장은 안타까워했다. 우리 주식은 분명히 몇 배가 오를 것이고, 경제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런 기회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오전 9시가 되고, 대망의 상장식이 시작되었고, 상장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주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상장사들이 다들 그렇듯,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상장기업 소개영상으로 시작한 상장식은 대북 타고 행사를 거쳐 매매개시 및 현재가를 확인하는 순서에 이르렀다. 커다란 전광판에 표시된 숫자는 시초가에서 약 20% 상승한 금액.

따블 또는 따따블을 상상했던, 아니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상승 그래프는 이내 기울기가 꺾여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주가 얘기를 더 이상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부푼 기대를 안고 꽤나 큰 돈을 들여 우리사주를 샀던 나는, 주가를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난 1년이 지난 후에야 거래 가능했기에, 지금의 주가는 의미없는 거라며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그러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주식거래 앱에 접속해서 주가를 확인하고는 1주를 샀다. 부디 이게 최저가이기를, 앞으로 이보다 더 떨어지는 일은 없기를 바라며. 다행히 그 날 장은 내가 구매한 시점보다 1.8%가 오른 가격으로 마감되었다. 하지만 공모가 대비 약 10%가 하락한 금액이었다.


내가 팔이 안으로 굽어서 상황을 실제보다 너무 긍정적으로 본 나머지 제대로 판단을 못했던 것일까. 나름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성적일 줄이야.

본인에게 할당된만큼의 우리사주를 사지 않은, 비관적인 혹은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봤던 사람들마저도 입을 모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고들 했다. 우리는 모두 이런 결과를 예상하진 못했다..


상장직전 공개된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기술특례상장이었던 탓에 아직은 적자기업이었고, 공모가 산정 당시 너무 거대한 기업들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하여 가치가 고평가되었다는 해석들도 있었다. 역시, 시장은 냉정한 곳인가보다.


회사는 상장을 했다.

하지만 모든 사장과, 회장과, 대표이사들이 상장을 부르짓던 것에 비해, 나같은 직원들에게는 드라마틱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매우 낮은 금액 또는 공짜로 주식을 부여받은 이들에겐 일어났겠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내겐 상장사 직원이라는 타이틀이 남았고, 회사의 상장식을 보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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