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에 누웠다. 별것 아닌 수술이라지만.. 무섭다.
"혈관주사 좀 놓을게요."
간호사는 오늘도 내 혈관에 바늘을 한 번만에 꽂지 못하고 세 군데를 찌르고서야 겨우 성공했다.
잠깐 잠이 들었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눈 앞엔 수술대 불빛이 어른거려 파스텔톤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레몬색, 민트색, 핑크색... 아, 아름답다...
"눈 한번 떠보세요. 어느 쪽 눈이 더 당기는 힘이 센 것 같아요?"
의사가 질문했다.
"비슷한데.. 왼쪽이 좀 더 센 거 같아요."
나는 성형외과에서 안검하수 수술을 받는 중이었다.
외가 식구들 모두 안검하수가 있었다. 생전의 외할아버지 모습을 떠올려보면, 눈 위를 길게 내려와 외할아버지의 눈을 덮은 눈꺼풀 생각이 난다. 그러나, 답답하게 늘어진 눈꺼풀 아래에서 빛나던 할아버지의 맑으시던 눈빛...
엄마, 이모, 외심촌은 모두 안검하수 때문에 쌍꺼풀 수술을 하셨다. 엄마는 수술하신 직후, 20대 후반이었던 내게도 자꾸 쌍꺼풀 수술을 권하셨다.
"서울에 어디어디 성형외과가 잘한다더라, 너도 한 번 알아봐라."
"됐어요. 난 지금의 속쌍꺼풀이 좋아요. 나중에 나이 좀 더 들면 하지 뭐."
그랬던 나는 30대 후반의 오늘, 안검하수 수술을 하러 수술대 위에 올랐다. 10여년 전의 생각보다 좀 더 빨리.
최근 1~2년, 나는 타의에 의해 촉발된 변화를 뭉근하게 강요받고 있다.
"착한 리더가 좋은 리더는 아니다", "다른 사람을 변호하지 마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난 결코 착하지 않다고, 냉정하게 판단하며 할말은 하노라 변명을 하고 싶지만... 그래. 난 평화주의자이며, 모진 소리는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남편에게마저, 아들을 혼내야 할 때도 혼내지 않는 엄마라는 얘길 듣지 않았던가.
내가 그간 이렇게 살아왔고 내 천성이 이런 이상, 달라지기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노력하여 바꾸지 않으면 나를 맏고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질 것이며 나아가 회사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 숙제는 언제나 내 어깨 위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나름 착하게 생긴 얼굴, 게다가 점점 처져 더 졸립고 순해보이는 눈.. 안검하수를 교정한다고 해서 성격이 덩달아 바뀌겠냐만, 바껴야 한다는 내 강박관념이 좀 더 나를 일찍 수술대에 눕게 만든 것만은 사실이다.
의사는 나의 눈꺼풀을 절개하고 눈뜨는 데 사용하는 근육을 조절한 후, 눈꺼풀을 다시 꿰맬 것이다. 눈꺼풀을 절개해야 하므로 절개 라인을 따라 자연히 쌍꺼풀이 만들어지는, 결국은 쌍꺼풀 수술인 셈이다.
의사가 말했다. 기능적인 부분에 촛점을 맞출 것이므로 쌍꺼풀은 가늘게 만들 예정이라고. 드라마틱한 외모 변화의 효과는 기대하지 말라고.
예뻐짐에 대한 기대도 더불어 충만했었기에, 상당히 실망스러운 진단이었다.
수술한 지 어느 새 8일, 격변의 시간을 거쳐 부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엄마 눈에 괴물이 있는 것 같다던 아들도, 이젠 엄마 같단다. 하지만 여전히 어색하기 짝이 없다. 아.. 내일 출근은 또 어떻게 한담.
출근걱정을 하고 있는 이 마당에.. 나는 이제 눈 똥그랗게 뜨고 할말 똑부러지게 할 수 있는, 이른 바 '센 언니'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