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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내 인생의 프리미어

by 엽서시
IMG_20150827_231450.jpg 노란 캔에 담긴 이 말 오줌 같은 것이

나는 왜 이다지도 구질구질한가. 이제 나는 차마 내 방의 전등을 켜는 것조차 부끄럽다. 무시로 내 방을 드나드는 아버지의 망막에는 내가 담기지도 않는 모양이다. 나는 팬티만 입은 모양새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걸터앉아 그저, 아 앞으로 방에서 자위를 할 때 조심해야겠다는 그 따위 생각을 했다. 어디 가니, 묻는 어머니의 꾹 눌러 참는 물음에 맥주 사러 가요, 뻔뻔스레 대답한다. 세상은 또 벌써 뉘엿뉘엿 어둡다. 맥주 500ml 두 캔에 공기 가득한 감자칩을 하나를 고민 끝에 산다. 맥주를 깐다. 까고 보니 캔에 프리미어라는 말이 쓰여있다. 이 것이 내 인생의 유일한 프리미어가 붙은 것일 게다. 혼자 잠잠한 방에 묻는다. 왜 이따구냐고. 왜 이다지도 구질구질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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