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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계절이 바뀐다는 것

by 엽서시
IMG_20150902_221836.jpg 매미가 배를 뒤집는다, 나무가 조용히 입을 닫는다

농익은 살구처럼

소스스 떨어지는 은행잎처럼

아니, 목련꽃처럼

떨어져 땅에 뒤집힌 매미는

치미는 쓸쓸함이다.

저미는 서릿함이다.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조금 더 두꺼운 옷을 찾아 옷장을 뒤지고

어느날 아침 문득 하얗게 피어오르는 내 숨을 본다는 일이고

무르익은 사랑의 끝을 마주하는 일이다.

땅에 떨어진 매미를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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