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정숙보행에 대하여ㅡ
① 한 쪽 발을 높이 들어 천천히 걸음을 놓는다.
② 양 무릎을 구부린 기마자세에서 총을 파지하지 않은 손으로 허공을 천천히 더듬어 인계철선이나 부비트랩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한 후, 다음 발을 디딜 자리를 찾아 조심스럽게 더듬어 지뢰와 허방다리의 여부를 파악한다.
③ 안전하다고 파악된 디딜 곳을 향해 다음 발을 움직이되 마찬가지로 천천히 정숙히 움직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④ 다시 허공을 더듬어 안전을 확인한다.
⑤ ①로 돌아간다.
우리는 목표를 향하여 걷는다. 딛는 일을 소중히 하라는 교관의 말이 가지에 바람에 흔들리더니 흩어지더니 무시로 걷는 놈들이 있다. 삼삼오오 모여 걷는 놈들도 있다. 심지어는, 왁자히 떠드는 새끼들도 있다. 걸리지만, 않으면, 되지, 농을 지껄인다. 앞서 가는 놈들을 따라 뒤에서도 성큼냉큼 걷기 시작한다. 뒤처질 수는, 없으니까, 성큼냉큼 걷는데, 어디서 폭음이 터진다. 누군가가 걸린 모양이지ㅡ재수없는 새끼ㅡ하더니 조금 있다가 숨죽인 소리로 킬킬대는 웃음소리.
우리는 걸음을 뗀다.
낙엽이 부스러지는 소리와 마른 가지가 끊어지는 소리 사이로 우리의 체중을 싣는다.
어디선가 또 폭음이 들린다. 들릴 것만 같다. 아니, 들려온다. 아니, 아니. 들릴 것을 알고 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