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2015

by 엽서시
Screenshot_2015-12-21-19-13-08-1.png

내가 2015년에 살았다는 것을 기뻐하고

내가 그 한 해를 너를 사랑하며 보낸 것을 지금 또 한번 기꺼이 여기는 까닭은

내가 수영을 알고 또 수영의 시를 알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가수를 알고

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는 말,

억만 번 늬가 없어 설워한 끝에

억만 걸음 떨어져 있는

너는 억만 개의 모욕이다,

이렇게 끝내자는 노랫말,

마치 예전에도

몇번씩 그랬던 것처럼,

그러다 문득

가슴시린 그날에

어쩌다 한번씩

너를 원망하는 것쯤은,

이 영원한 숨바꼭질 속에서

나는 또한 영원히 늬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 하겠다,

나는, 억만무려의 모욕인 까닭에,

영원히 잊혀지자,

조용히 돌아서자,

모두다 잊어주자.

전철에서 내 나잇살이 전역증이 부끄러워질만큼 물컹해지다가 내릴 역이 되어서 가슴을 찾고

내려서는

계단을 오르다가

생각하는 것이다.

하나의 시와 하나의 노래를 온전히 들을 수 있었다면 이 한 해도 나쁘지는 않았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완벽한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