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호랑아 너는 어디로 갔니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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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번네 살었을 적 말해주던

강원도 영월 산골짝골짝에

호랑이 놈들 많기도 많았다더라. 광부도 포수도 나무꾼도 서래꾼도 옴죽옴죽 혼자서는 고개 넘을 엄두도 못하고. 호랑이 한번 따웅, 울음을 울으면 온동네 검둥개들은 벌벌벌벌.

지게미를 서리해다 먹구 호령소리 피해 산으로 올라 당구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던 할아번네 얼굴에 무언가 척 젖은 것이 다둑다둑하여 봤더니,

에구먼네 이게 무어냐.

그게 무언데, 할아버지.

호랑이 꼬리가 아니겠어.

그래서, 그래서?

자는 사람은 절대 그냥 먹지를 않는다는 호랑이놈은 자는 할아버지를 보구는 꼬리에 옹달물을 적셔다 다둑다둑, 조는 척 당구나무 뿌리에다 그 꼬리를 묶어놓고 달음질해왔는데 호랑이 노해서 우는 소리가 나흘을 따라왔다나. 온 동네 검둥개들이 그 소리에 밥도 못먹구 죄다 시렁시렁 앓다 죽는 바람에 온 동네에 개장국 냄새가 사흘에 나흘을 더해 이레는 가실 줄을 몰랐다나.

젊은 내지인 순경 야마모도가 꾀를 내어 꼬부라진 하룻강아지 잡아다가 털가죽 박박 밀고 참기름 담뿍 발라 새끼줄에 묶어다가 동구 밖에 메어두고 기다리기 잠깐,

따웅 범소리에 마을사람들 나가보니 꼬리가 동강난 호랑이가 새끼줄에 굴비두름처럼 꿰어있었다더라.

왜?

강아지를 꿀떡 삼켰는데 참기름을 발라놨으니 미끈덩한 것이 똥구멍까지 그냥 내달음질하지 않았겠어,

꾀많고 젊은 야마모도는 호랑이 잡은 공로로 내지로 떠나고, 아는 얘기 많던 할아버지도 산으로 떠났는데, 강원도 영월 산골짝에도 찾을 터럭 하나 없는,

호랑아, 호랑아, 너는 어디로 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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