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거울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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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늙고 병든 조선이다.

나는 너의 슬픈 눈을 증오하여 쏘아본다. 그러나 너는 누구의 눈도 쏘아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소의 눈빛을 하고 나는 차러리 동심원 같은 그 눈동자에 침이라도 뱉고 싶다. 그러나 침을 뱉는 것은 나를 욕되이 하는 일이다.

하늘을 보는 것이 하양 낫겠지만 나는 또 너를 치어다보고, 너의 욕됨을 본다. 오백년 도읍처럼 늙은 너를 본다.

네가 숭배하고 싶지 않은 것을 또 기꺼이 숭배하고, 어떤 침략도 노하여 막지 못하고, 애면글면 흰쌀밥을 푹 떠서 입에 또 넣는 것을 본다.

네가 아끼고 사랑한 것이 너를 버리고 언제든지 떠나갈 때에 또 그것을 붙잡지 못하는 것을,

불알 두 쪽처럼 남은 애먼 쪼가리를, 신념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쓰다듬는 것을,

본다. 너는 때때로 뜀걸음도 하고 이쪽으로 나오려는 듯 팔다리를 젓지만 그것은 모두 헛된 제자리걸음이 되고 가끔 소리지르지만 그것은 지랄맞은 침묵이 되어버리는데 나는, 차러리 눈을 감는 것이 좋겠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너를 바라본다.

장수가 너의 가장 큰 죄다. 단명하지 못하는 것이 너의 가장 큰 업이다. 지껄여보다가 다시 나는 너의 동심원 같은 눈을 보다가,

이를 닦는 것도 잊어버리고,

말라붙어가는 흰 거품을 잔뜩 물고,

너를 본다.

너, 늙고 슬프고 설웁도록 가난한 조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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