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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그대 웃으며 잘 사시는가

by 엽서시
IMG_20150922_220540.jpg 시집을 끼고 걷다 안부를 묻다

어떻게 사시오.

나는 그저 잘 살고있소.

복숭아가 무르도록 익었소.

더운 날씨에 그대 곱던 두 뺨을 생각하오.

어제는 걸어 책방에 가서 책을 두 권 샀소.

그 중에 한 권, 시집을 읽다 그대 생각에 다시 덮었소.

책을 덮고 선풍기 바람 부는 침대에 누워

나는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며 밤벌레가

흐느끼는 것을 들었소.

가장 괴로운 것은

그대를 보려하면 보지 못할 것도 없고

그대 목소리를 듣고자하면 듣지 못할 것도 없어

나는 차라리 손가락이 없는 나무이면 싶더군.

나는 이제 그대를 보지 못하고

그대 목소리를 듣지 못하오.

그리하여 더운 밤이 오고

또 내 지난 하루를 생각할 때면

물을 곳도 없는 물음을 던지오.

그대 웃으면서 잘 사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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