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엽서시

길을 걷다가

by 엽서시
IMG_20150922_220626.jpg 길은 민달팽이가 지나간 것처럼 반짝거리는 침들로 가득했다

희망은 소금과 같은 것이야,

조금만 있어도 삶이 제법 맛이 나는 법이거든, 따위의 말을 들으며 살았다.

나는 마치 달팽이처럼 여리고 어린 것이라서 희망은 맵고 짜고 아리기만 하다.

내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국물 없이 소금을 씹는 것과 같아서 한숨을 섞어 겨우 씹고 넘겼다.

마주하는 것을 노려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혼자 뇌까렸다.

길바닥에는 누군가들이 잔뜩 뱉아놓은 침이 번들거렸다. 침이 이어지는 길은 꼭 작은 달팽이들이 무리지어 지나간 길 같았다.

느릿느릿, 나도 늘어진 침을 뱉았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대 웃으며 잘 사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