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면도 없이
그랬지
세로로 걷던 너를
가로로만 걷던 내가 만났다
잠깐, 점처럼, 만났다
한 발짝만 내딛어도 벗어나는,
점은 하나의 문장을 끝내 버리고
나는 눈밭 같이 허옇게 비어버린 공백에 서있다
공백도 공백을 만나면 쌓인다는
것을 이렇게 알았다
이 공백의 밑
점처럼 작은 만남 하나
싹 틔우지 못한 점 하나가 있다
그 위에는 사내가 하나
미련처럼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