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X년의 백일장

by 엽서시
백일장.jpg

200X년의 백일장을 끝으로

글은 내가 돈을 벌어주지 못했다

팔리지 않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좌판 위 시들어가는 야채들

그리고 공연스레 그것들을 뒤집고 또 쓸어보는 상인

어쩌면 그 200X년의 백일장을 끝으로

나는 글을 그냥 두어야 했는지 모른다

얼굴의 흉이 덧나듯이

내가 주무르고 짜내어

곰보의 얼굴 같이 되어버린 글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글

두 주머니를 가득 채우고

두 손 가득 움켜쥔

빈털터리를 만든 글

200X년, 두 손으로 받은 상장, 으쓱함, 멋쩍음

어쩐지 간지러운 얼굴

아, 나는 그만 손을 글에 가져다 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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