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샤

by 엽서시

시는 이렇게 쓰는 거야

하고 그가 말했을 때 나는 웃었다

시를 쓸 때에는 가슴에 슬픔을 달아놓아야 해

하고 그가 말했을 때에도 나는 웃었다

그때 그의 손등이 가만 내게 닿았기 때문에


그의 마른 가슴에

슬픔이 명태처럼 매달려 있을 때에도

나는 웃었다 그때 우리는 처음으로 단둘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떠나고 난 뒤

나는 가슴에 아무거나 매달아놓고

글을 썼다 나조차도 그것이 시가 아닌 것을 알았다

나는 펜에 매달려 글을 썼다


그가 없어도 눈이 내린다

가난한 내가 있을 뿐

아름다운 것이라곤 없는 세상에

흰 눈이 푹푹 내렸다


이렇게 시를 쓰는 걸까

하고 물었을 때 그는 하얗게 웃었었다

가슴에 평생 달아두고 싶을 만큼 하얀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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