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의 이어폰

이어폰의 퇴근길

by 엽서시

내 귀가 대뇌가 되어 버렸다

내 눈은 거리를 보지 못했다

이어폰을 넘어 문장이, 음표들이, 박자와 비트 소리가

오랑캐처럼 쳐들어온다 소리를 지른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혼자 걷는 퇴근길에도

나는 축제와 같은 공연장에 있었다

방송국 방청객 자리에 앉아

또 다른 어느 누구와 같이 히죽이죽

웃음을 걸었다

길 저편의 누군가도

이어폰을 꽂고

어딘가로 걷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공연장에서 내 옆자리

방청객 내 옆자리에서

함께 있는지 모른다

그의 눈도 거리를 보지 못한다

홀로 걷는 거리는,

야단법석으로 시끌벅적하였다

나는 혼자를 잃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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