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

무명이 쓰고 GPT가 그리다

by 엽서시

가진 것을 전부 내놓으라고

산적이 을러댔을 때,

내 주머니에는

지갑에 든 천 원 몇 장이

구겨진 영수증이

사무실에서 꿍쳐 온 커피 두 봉이 전부였다.


금요일 퇴근길이었다.

그러나 사람 한 명도 없었다.

더 내놓으라며,

산적이 수염 난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시 몇 편을 내밀었다.

더 있는 것 알고 있다며,

파르르 산적의 칼끝이 떨렸다.

그만 내가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떠올렸을 때,

무언가가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여전히 시계의 바늘은

여섯시와 일곱 시 사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금요일 퇴근길의 거리에는

고개를 푹 숙인 사람들이 나다니고 있었다.

내 주머니에는

지갑에 든 천 원 몇 장이

구겨진 영수증이

사무실에서 꿍쳐 온 커피 두 봉이 여전하였다.

여전하였으나, 무언갈 잊어버린 듯한 생각이 구두를 잡아당겼다.


문득 사랑했던 이의 이름을 떠올렸는데

마치 오래전 쓴 시의 마지막 행이 그러하듯

그 끝 글자가 흐릿하니 결코 떠오르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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