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3가의 마음들

by 엽서시

허물어지지도 채워지지도 않는

저 집들 좀 보렴,

꼭 너와 나 같지 않으냐.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꼭 내 마음만 같다.


저기 저렇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처럼,

나도 그 앞을 지나다닐 뿐이야.

저기, 쯧, 가끔 혀를 차는 저 사람처럼,

나도 가끔 그 앞에서 쯧, 하고 혀를 찬다.

누구도 볼일이 없는, 그저 매일매일 볼품없어지는,

허물어지는 일도 채워지는 일도 없이

매일매일 낡아가는 마음들.


한때는 너와 내가, 참 많이도, 오갔더랬지,

그런 날들과 시간으로 채워갔더랬다,

이제는 벽만이 저렇게 허물처럼 남아서,

그 앞에서 쯧, 한 번 혀 차고 떠나고 마는,


저 을지로 3가의 집들 좀 보게,

꼭 너와 나, 아니, 꼭 내 마음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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