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떨어진 뒤웅박

by 엽서시

받아들이자,

천년만년 매달려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끈이 설령 나이롱 끈이라 할지라도)


끊어진 끈도,

깨진 것도, 금이 가는 것도

받아들이자,


(예전에는 내 안에 알곡이 가득했었지,

내년에 쓸 볍씨를 채워뒀었지,

따우의 말일랑 얼른 잊어버리고!)


어쩌겠소,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

그러나 또 쭈그려 앉아 하루를 지내면,

깨진 뒤웅박에

방울벌레가 쉬기도 하고

밭쥐가 와서 둥지를 틀어

고무랑고무랑 새끼들을 키우기도 하고


빗물이 고인 어느 날에는

달이 함께 고이기도 한다


한밤 내내 어찌나 그 속이 환하던지―


사람 팔자 뒤웅박 팔자요,

뒤웅박 팔자가 상팔자다,

없던 말도 있는 것처럼 나온다


뒤웅박2.jpg 박에 주먹만한 구멍을 뚫어 추녀에 달아 보관하는 박을 뒤웅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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