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고양이 하나 나를 째리다

by 엽서시

고양이 하나가 나를 째린다

나도 고양이를 째린다

고양이와 나 사이

다 없어지고 눈빛만 남는다

시간도 지위도 관계도 업무도 없다

(어느 별에서는 풀밭을 깔고 앉은 사내가 구둣발의 고양이를 째리고 있을까)

무상한 일이다 아니다 어쩌면

내가 잊어버린 그 무언가의 이유가 있다 나만이 잊어버린

고양이 하나의 눈빛이 나를 붙잡고 나는 고양이 하나의 눈빛에 붙들려버린

어쩌면 먼 백 년 전의

어떤 시대의

아니면 서로가 유기체일 뿐이던 저 캄브리아기의 일이 있었다 약속이 하나 있었다


이제는 괜찮은 일이 아니냐 내가 웃어보인다

고양이는 힉 한 번 소리를 내더니 어디로 숨는다

나도 다시 돌아와 약속을 찾아 건물 밑으로 숨는다

볕만 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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