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하나가 나를 째린다
나도 고양이를 째린다
고양이와 나 사이
다 없어지고 눈빛만 남는다
시간도 지위도 관계도 업무도 없다
(어느 별에서는 풀밭을 깔고 앉은 사내가 구둣발의 고양이를 째리고 있을까)
무상한 일이다 아니다 어쩌면
내가 잊어버린 그 무언가의 이유가 있다 나만이 잊어버린
고양이 하나의 눈빛이 나를 붙잡고 나는 고양이 하나의 눈빛에 붙들려버린
어쩌면 먼 백 년 전의
어떤 시대의
아니면 서로가 유기체일 뿐이던 저 캄브리아기의 일이 있었다 약속이 하나 있었다
이제는 괜찮은 일이 아니냐 내가 웃어보인다
고양이는 힉 한 번 소리를 내더니 어디로 숨는다
나도 다시 돌아와 약속을 찾아 건물 밑으로 숨는다
볕만 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