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황산벌

by 엽서시

과장이 침을 튀기고

턱을 괸 거래처 사람이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을 보며

나는 이상하게도 갈대가 타는 냄새를 맡는다


이상하게도 황산벌이 생각나고 앉았다

어느 쪽에서인지 갈대가 타는 바람이 불어오는데

계백과 관창이 이빨에 피를 물고 아귀다툼을 한다


―아니, 그때 그쪽에서 확인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서로의 귀를 물어뜯고 낭심을 차려든다

―저희 쪽이요? 저희 쪽 누가요? 제가 저희 쪽 담당잔데…

팔을 꺾는다 손가락을 부러뜨린다 눈에 핏발이 선다


어디일지 모를 높은, 구름보다 까마득한 곳에 널찍한 사무실이 있고 그곳에는 구름보다 푹신한 가죽의자가 있다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혼자 골프채를 휘둘러보고 헛헛 웃음을 웃고 접때 예약해놓은 거 확인했느냐며 미간에 주름을 짓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대차대조표의 결과에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쪽도 저희 쪽도 아마 닮은 꼴일 것이다 신라백제 옛적부터 그래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쪽과 저희 쪽으로 나뉘어 이렇게 마주 앉아 얼굴을 찡그린다

과장이 입에 대지도 않은 커피가 식어가고 있다

거래처 사람은 피가 식어가는 얼굴로 우리를 본다 그러다 눈을 돌린다


―어째 점심은 드셨어요?

하고 그쪽에 묻지 않는 저희쪽

―점심이요? 아까 빵 하나 먹었지 뭐.

웃으며 답할 수 없는 그쪽


그때도 그랬을까

―여서 와 이라고 있능교

―그러게 말여

하지 못했을까

과장은 고개를 젓고 있다

이상하게도 나는, 갈대 타는 냄새를 맡고 앉았다


황산벌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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