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이렇게 내게 숙취를 주고 술도 주고 안줏거리도 주는데
나는 종일 앉아만 있다 흰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나는 익숙지가 않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사람들도 익숙지가 않다
자꾸만 나는 무엇인가를 세상에게 하여야만, 했어야만 할 것 같다 끌을 들고 끌 또는 정을 들고 정이 아니라면 괭이라도 들고 손에 콧구멍에 흙가루를 묻히고 무언가를 했어야만, 하여야만―
아마도 세상은 나를 낳기를
산맥을 파먹고 사는 광부나 아니면 비탈의 그루터기를 뽑아다 화전을 부쳐 먹는 상농군으로 낳았나 보다
먹물은 냄새도 모르고
등으로 바윗덩이 나뭇짐을 한 짐 나르다
쉰도 되기 전 허리가 펴진 채 엎어졌으리라
구부정한 소나무 밑에 간장독처럼 묻혔으리라
하여 나는 세상에 내가 낸 구멍을 내 몸으로 채웠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나는, 오늘처럼, 저 먼 곳까지 저렇게 먼지가 끓는 날에는
꿋꿋이 야트막한 산 하나라도 찾고야 만다
먼지 덮인 초록색 어느 밑에 간장독처럼 묻혀있는 내가 있다 영양과 단물이 온통 빠져나가 솔방울처럼 쭈그러든 내가 잠들어 있다
나는 속으로
그게 진짜다
그게 진짜 나다
몇 번 소리질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