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싶다
이 넥타이, 넥타이를
모가지를 졸라매는 줄을
하수구 맨홀뚜껑 밑에라도 던져 버리고
(사원증도 같이 흘려 보내자)
구두도 저 멀리 깊은 바다에 가라 앉히고 싶다 어느 심해동물의 지붕이라도 될까
그래, 맨발로
맨발바닥이 다 닳아버리면 발굽이라도 달고는
달리고 싶다
허파가 부풀고 피가 다 끓어넘치면
지나가는, 같이 지나가는 날지 못하는 큰새의 등에라도 올라, 야생당나귀의 꼬리라도 쥐어잡고는
달리자
세상의 끝이란 놈이 있을 것이다
터져나가도록 달려보자
전철에 가득 찬 사람들아, 선 채로 앉은 채로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아
모두 달리는 것이다 집어던지고 달리는 것이다 모두 달리는 그 광경은 또 얼마나 장엄하랴 누구는 원양의 등푸른 고등어떼의 눈부심을 생각한다 누구는 사바나의 흙을 일으키는 저 영양 무리의 질주를 생각한다 누구는 하늘을 제 소리와 깃털과 날갯짓으로 채우고 마는 쇠오리 군락을 선연히 떠올린다
(그래 꼭 지금 이 시간쯤 하는 동물의 왕국처럼)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내릴게요 내립시다 밀지 마세요)
사람들이 역으로 빠져나간다
누군가 내 어깨를
툭
밀친다 나는 심장의 박동을 달리는 것을 도약과 질주를 잊어버린 거대한 무리가 제 굴을 향하여 느릿느릿 움직이는 뒷모양을 본다
(나는 집까지 얼마나 남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