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찌 너는 네가 아닌 것 같으냐?
산신령이 물었다.
―예, 그렇수다.
나는 꼭 내가 아닌 것만 같수다.
―그러면 너는 대체……
산신령의 말을 자른다.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수다.
여기 있지만 여기에 없는,
아니, 여기에 있어서 안 될 것만 같수다.
이렇게 흰 사무실에서 혬없이 숫자를 입력하며, 시간은 흐르고만 있을 때,
나는 차라리 바위가 아니었던가 싶고.
그도 아니면,
그도 아니면, 저 먼 들을 뛰어다니는 야생 당나귀가 아니었나 싶고.
아무튼 여기는 아니오,
나도 아니오,
자꾸만, 자꾸만 내가 아닌 듯만 같수다.
-2-
여기 도끼자루가 있다
옹이구멍 위
손때가 묵어 닳아 반질반질한
자세히 보면,
날이 틀어지는 것 때문인지 위에 못 두 개가 박혔다
한 번은 고등학생 때인데 또 한 번은 언제던가
여기 날을 보아라
참 많이도 휘둘렀구나
갈기도 많이 갈았다(닳기도 닳았고)
빠진 이는 어쩔 수 없으니 부끄럽지만은 않다
날 보아라 여기 날 보아라
-3-
너는 지금 여기에 던져진 너 그 자체
가라앉아도
가라앉고 가라앉아도
누가 주워들어도
그러다 다시 던져진다 해도
금으로도 은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