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짖게 두어,
짖게 내버려 두어,
나도 잘 안다, 언제 나를 버리고 간 이가 돌아오면 배를 까뒤집고 꼬리를 홰홰 휘돌아 칠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눈에 담뿍 빛을 담아 그를 바라볼 것이다. 나는 이 모든 나를 알고 있으니, 내게 혀를 차지도, 텅 빈 스뎅 밥그릇에 괜한 위로 같은 것도 던지지 말거라.
그저 나를 짖게 두어,
내버려 두어,
지금은
그저 지금은
이 목줄이 팽팽해지도록 악바락치도록 짖고 또 짖고 싶을 뿐야, 털을 세우고 분을 날리며 몸이 떨리도록 짖고 싶을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