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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Jan 05. 2019

#12 관성 慣性

[10.5주 차] 하마터면 살던 대로 살 뻔했다.

관성(慣性)은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총합이 0일 때, 운동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말하며, 운동의 상태가 변할 때 물체의 저항력이다. 주로 버스 등이 출발할 때 정지해 있으려는 승객들이 뒤로 쏠리는 현상, 그리고 급정거할 때 계속 운동하려는 승객들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관성의 원리는 물체의 운동과 적용된 힘에 의해 영향을 받은 물체를 기술하는 데 사용된 고전 물리의 기본적인 원리의 하나이다. 관성(inertia)의 어원은 '게으르다, 쉬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iners'이다. 아이작 뉴턴은 그의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관성을 제1법칙으로 정의했다.  -위키백과-


물체가 ‘운동의 상태를 유지’하듯 난 ‘내 삶의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상태가 변할 때 물체의 저항력’이 생기 듯 ‘삶이 변할 때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한 없이 게을러지고 싶고, 쉬고 싶다. 관성의 어원‘게으르다, 쉬다’에서 다니 이 얼마나 절묘한 일인가.


인생에는 이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의식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로 살게 된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사는 게 별다른 문제도 없을 것 같다. ‘굳이 변화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노력하고,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놀고, 적당히 쉬고, 적당히 TV를 보고, 적당히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적당히 잘 살아왔는데 말이다.


변화라는 건 이렇게 힘들고, 이렇게 저항이 심하다.

Insanity: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왜 이리 힘들지.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


최근 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 말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되뇐다. 변화를 결심한 건 그 누구도 아닌 나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시킨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입 밖에 내지 않고 조용히 생각만 하는 말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변화라는 건 참 힘든 거였구나...', '내가 멋모르고 일을 저질렀구나...' 일말의 후회도 밀려온다.



나는 치열한 전쟁 중이다. 내 안에서는 ‘편안한 나’‘완벽한 나’가 싸우고 있다.


‘편안한 나’는 매일 아침 조금 더 누워 있으라 속삭인다. 겨우 일어나 운동을 하러 나가려 하면 오늘은 너무 춥다고, 나가면 얼어 죽는다고 울먹인다. 운동 후, 책상에 앉으면 일기 쓰기 전에 유튜브를 잠깐만 보자고 설득한다. 책을 펴려고 하면 쌈박한 기사가 있을지 모르니 포털에 들어가 보자고 이야기한다.


‘완벽한 나’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5시 10분에 일어나면 10분이나 늦어졌다며 안달이다. 발바닥이 아파 운동을 나가지 못하면 그럴 줄 알았다며 비아냥거린다. 어제 술을 먹고 아침 일기에 독서까지 빼먹고 나면 ‘네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라며 비난한다.


최근에는 ‘편안한 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완벽한 나’를 궁지로 몰아 버렸다. ‘연말연시 술자리 융단 폭격’에 지원을 받아 맹렬히 밀어붙였고 ‘완벽한 나’는 궁지에 몰려 언제 쳐 들어올지 모를 적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며 웅크리고 있다.



도대체 이 인생의 관성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니 대결이 가능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물리 법칙과 대결하는 건 어리석다. 일평생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신념으로 살아온 내가 무언가와 각을 세우는 것도 맞지 않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다. 관성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힘이 빠질 때까지 계속 반대편으로 힘을 준다. 힘이 다 빠지면 서서히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그때가 되면 관성은 이제 반대편으로 작동한다.


날 힘들게 하던 관성이
누구보다도 든든한 내 지원군이 된다.


이 전략의 포인트는 꾸준함이다. 인생은 ‘누가 더 끝까지 해내는가’의 싸움이다.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관성이 지칠 때까지 반대편으로 힘을 주는 건 힘든 일이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다.

그럴 때면 왜 변하고 싶었는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미친 짓을 하지 않기 위해 예전과 다르게 한다.


기억해라. 변화를 결심한 지 고작 2달 만에 이런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거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꾸준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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