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 차] 새해에는 큰 의미 두지 말자고요. 그냥 하루 지나간 거죠.
2018년 해가 졌습니다. 2019년 새해가 밝아 왔네요. 매번 새해가 뭐 대수냐며, 그냥 하루 지나가는 거라며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말자고 하였지요. 하루하루가 힘들었고, 매일매일이 지쳤고, 숨을 조금 쉬려고 하면 다시 숨이 턱 막히는 그런 일이 있었죠. 새해가 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기에, 오히려 나쁜 일만 일어 나기에 새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번 새해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2018년, 육아휴직을 했었죠. 어제도 서로 이렇게 이야기 나누었었죠.
“다시 생각해 봐도 휴직 정말 좋았다.”
“그치? 좋았지?”
“응… 그래서 지금 사는 거다! ㅎㅎ”
휴직을 하면서 두려웠습니다. ‘이게 맞는 건가…’ 정답을 찾아내려고 하는 나쁜 버릇이 또 나왔고요. 그래도 휴직을 하면서 많은 추억이 쌓이고 할 이야기가 많아지고 조금씩 나아지는 당신의 얼굴을 보고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한다며, 회사일을 하며 돈을 벌어 온다며 훈장처럼 권력처럼 당신을 대했던 지난날들이 정말 후회되었습니다. 난 그렇지 않다고, 가정적인 남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건 나에게 했던 거짓말이었던 것 같네요.
난 괜찮은 남편이라고,
가정적인 남편이라고,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아빠라고
항상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살아왔던 듯합니다.
나도 힘들다고, 그러니 보상이 필요하다고, 이 정도는 당연히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을 만나고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노는 것도 아니라며 나 스스로를 위안했네요.
그러면서 난 당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이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당신을.
인정받는 직장인이었던 당신을.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싶은 당신을.
가슴속에 벅찬 꿈을 가지고 있는 당신을.
너무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힘든 일은 더욱 많을 거예요. 지금 보다도 훨씬 더 힘들 수 있겠죠. 아니 훨씬 더 힘들 거예요. 항상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는 우리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커가면 커갈수록 새로운 문제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그런 문제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겠죠.
지난달 둘째의 장애진단을 위해 병원을 가고 관공서를 다녔죠. 부둥켜안고 울진 않았지만 마음의 떨림은 서로 공유하지 않았나 합니다. 당신의 마음이, 그 마음속 떨림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서로 바라보던 눈빛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지요.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힘들 때도 많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너무 막막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아요. 그렇지만 당신이 있어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당신과 함께라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있어요.
당신도 그렇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게 내 옆에 있어주세요. 부탁합니다.
나도 항상 건강하게 당신 옆에 있겠습니다.
새해에는 큰 의미 두지 말자고요.
그냥 하루 지나간 거죠.
사랑합니다.
2019년에는 술을 끊겠습니다.
-퇴사를 준비하는 신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