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오 올리오(AGILOE OILO) 파스타
마트에 갔다. 언제나 그렇듯, 두부를 한 모 사러 갔을 뿐이지만, 이것 저것 눈길이 간다. 파스타 면 앞에 섰다. 집에 파스타 면이 있었던가... 뭐 썩는 건 아니니까 일단 사자. 만약 파스타 면이 있다면 또 쓸데없는 걸 샀다며 아내에게 욕 좀 먹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파스타는 생각보다 쉬운 요리다. 뭐... 사실 대부분의 요리가 그렇다. 생각보다 쉽다. 누군가에게 팔거나, 대접을 하려면 어렵지만 집에서 가족들과 먹는 음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된장국도 해보기 전엔 어려웠지만 이것 만큼 쉬운 게 없다. 양파와 호박, 감자를 잘라 물에 넣고 끓이다 야채가 익으면 된장을 한 스푼 풀면 끝난다. 된장이 맛있다면 반드시 된장국은 맛있다. 근대를 넣으면 근대 된장국, 아욱을 넣으면 아욱 된장국, 시금치, 얼갈이, 시래기. 다 된다.
할인 Sale
파스타 소스 앞에 걸린 이 팻말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토마토소스, 크림소스가 2천9백 원이다. 원래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일이라니 엄청 싸겠지. 이미 내 손은 소스 3개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파스타다.
마늘이 없을 까 봐 깐 마늘을 사 왔다. 알리오 올리오에 편 마늘은 필수다. 알리오(Aglio)는 마늘이라는 뜻이다. 올리오(Olio)는? 기름이다. 마늘이랑 기름으로 만든 파스타를 알리오 올리오라고 부른다. 장을 보고 집에 오니 뜯지도 않은 깐 마늘 한 봉지가 있었지만 괜찮다. 나는 마늘을 좋아하니까.
마늘을 물에 한번 헹구고 얇게 자른다. 너무 얇을 필요는 없다. 욕심내다 내 손이 얇게 저며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잡을 부분이 없기 때문에 마늘을 자르는 일은 스릴 넘친다. 자르면 자를수록 속도를 내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진정시킨다. 칼질은 차분함이 필수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편 마늘을 넣는다. 센 불로 하면 마늘이 다 타버린다. 꼭! 중불로 해야 한다. 오늘도 중불로 하지 않아 마늘이 타버렸지만 괜찮다. 타면 감칠맛이 더 살아난다. 마늘만 들어가면 조금 서운해서 파와 양파도 조금 넣어 본다. <알리오양퍄퍄올리오> 정도 되려나. 죄송하다.
팬을 달구기 전에 파스타 면을 삶을 물을 올려놔야 한다. 끓기 시작하면 소금을 조금 넣고 면을 넣는다. 면의 중간을 움켜쥐고 끓는 물의 중앙에 척하고 내리꽂으면 꽃이 피듯 예쁘게 면이 360도로 펼쳐진다. 실패할 때가 많지만 계속 시도해본다. 오늘도 실패다. 한쪽으로 많이 기울어서 젓가락으로 펴주었다.
면은 약 7분 정도 삶는다. 기름에 다시 한번 볶을 거기 때문에 봉지에서 안내한 시간보다 1분 정도는 짧아야 한다. 너무 익으면 맛이 없다. 불어 터진 라면보다.
면을 건져 마늘과 양파, 파가 있는 팬으로 옮긴다. 만약 야채가 다 익기 전에 면이 다 삶아지는 불상사가 벌어졌다면 면을 건진 후 올리브 오일을 뿌려 잘 섞어준다. 면이 서로 엉켜 붙는 불상사를 막아준다. 이번에도 역시 불상사가 발생했기에 오일 샤워 후 잠시 옆에 두었다.
야채가 거의 익었을 즈음 면을 넣고 다시 한번 볶아주면 알리오 올리오는 끝. 소금, 후주로 간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청양고추를 넣으면 더 맛있지만 아이와 함께 먹으니 넣지 않았다.
해보면 쉽다. 난 요리를 못한다느니, 난 빨래를 잘 못한다느니, 설거지를 잘 못한다느니 이런 말은 하면 안 된다. 그냥 하기 싫다고 하자. 못한다는 말은 양자 역학이나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산업용 로봇 개발 따위에 쓰는 말이다.
식당을 하는 게 아니라면 요리는 어렵지 않다. 물론 맛이 없을 수는 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어색하고 당장이라도 넘어질 것 같이 무섭지만 계속하다 보면 할 수 있다. 요리도 계속하다 보면 먹을 만 해지고 결국 맛있어진다. 최고의 맛을 낼 필요는 없다. 먹을만하면 된다. 그게 가정 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