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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Feb 15. 2022

사과 일병 구하기

매년 가을이 되면 고마운 사람들에게 사과를 보낸다. 고마운 사람들이 꽤 늘어 매년 보내는 사과가 10박스 정도 된다. 회사 선배의 처갓집이 사과 과수원을 한다. 선배는 항상 "장인어른 말씀이 이 사과가 대한민국에서 최고래!"라고 말한다. 이 말에 난 매년 사과를 주문한다.


작년, 그러니까 2021년 가을에는 한 박스를 서비스로 더 주었다. 1+1이랄까! 아니지, 10박스를 샀으니 10+1인가?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 집에 사과가 2박스가 왔다는 거다. 더 중요한 건 사과가 맛있다. 단숨에 2개를 입 속으로 털어 넣어 버렸다.

열심히 사과를 먹었다. 역부족이었다. 4인 가족에 불과했던, 게다가 2명은 초딩이었던 우리 가족에게 사과 2박스를 기한 내에 먹기란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그리고 곧 겨울이 찾아왔고 우리는 귤, 레드향, 수라향 등등 과즙미를 팡팡 풍기는 과일들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베란다에 있던 사과는 서둘러 김치 냉장고로 옮겨졌다. 다행인 건 그나마 몇 개 남지 않았다는 거다. 약 20개 정도 남았나? 많이 남은 거 아니냐 말할지 몰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먹은 결과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2월이 되었다. 사과라도 하나 먹을까 해서 김치냉장고를 열었다. 단단했던 사과는 조금씩 물렁해지고 있었고, 어느 녀석은 노화가 진행됐는지 겉이 쭈굴 해져 있었다. 이렇게 사과를 보낼 수 없었다. 그간의 정이 있었다. 이렇게 녀석의 탈선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사과의 겉면을 꾹꾹 눌러보고 쓰다듬어 매끄럽고 단단한 녀석을 제외하니 7개의 사과가 남았다. 반신욕을 30분 한 것처럼 사과의 피부는 늘어날 대로 늘어나 쭈굴 해져 있었다. 그래! 사과잼이다. 사과잼을 만들어야 한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빵의 한쪽 면만을 바삭하게 구워내고 그 위해 사과잼을 올려 한 입 앙!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인터넷에서 사과잼을 만드는 법을 찾아 읽어본다. 30분~1시간 정도면 사과잼이 완성된다고 한다. 좋아! 사과잼 한번 만들어보자!


1. 사과의 껍질을 깎는다.
2. 사과 껍질을 돌려 깍지 않는다. 중간에 없어져 버리는 과육이 아깝기 때문이다.
3. 사과 중심을 십자가로 크로스하여 잘라 4등분 한 후 껍질을 깎는다.
4. 채를 썬 후 다진다. 볶음밥에 들어갈 당근처럼 사과를 자른다.
5. 코팅된 냄비를 쓰라고 했는데 없으므로 코팅된 웍을 쓴다.
6. 웍에 다진 사과를 넣는다.
7. 설탕을 넣는다. 이렇게 많이 넣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넣는다. 1:1을 넣으라는데 뭐가 1:1인지 모르겠다. 집에 저울이 있다면 재보고 저울이 없다면 역시 감이다. 요리는 감으로 하는 게 제맛이다.
8. 불을 저온에 맞추어 끓인다... 아니 복는다... 아니 조린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저온에 웍을 올려놓는다.
9. 가끔 저어주며 잼 모양이 되는지 지켜본다.
10. 30분에서 1시간. 쳇. 그러지 말자. 4시간 걸렸다.


어쨌든, 사과잼 완성.

아이와 아내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도 한 입 먹어본다. 아... 이렇게 맛있을 수가! 딸기잼은 이제 내 기억 속에 없다. 난 사과잼과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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