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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Feb 23. 2022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 하지 않은 일이 많다는 것의 의미

머릿속이 복잡하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일까? 뭔가 불안하다. 하지 않은 일들이 많아서 일까?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서 적어봐도 머릿속이 복잡하고, 불안하다. 내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본다.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건 일을 하지 않았다는 뜻일까? 난 게으른가? 아니면 날 너무 몰아치고 있는 걸까? 게으르기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이 내 옆에 쌓여 있는 걸까? 아니면 내 능력보다 더 크고, 내 크기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려고 마음먹기 때문일까?


놀고 싶어서 일까? 논다는 건 뭘까? 술 마시며 웃고 떠들면 논 건가? 아이들과 즐겁게 웃으며 시간을 보내면 논 건가? 난 왜 해야 할 일들, 하지 않은 일들을 생각하며 불안에 떨며 시간을 보낼까? 불안감에 짜증이 나고 그 짜증을 주변에 전달할까?


아이들과의 시간이 하지 않은 일 때문에 어서 해치워 버려야 할 순간,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으로 여겨진다. 해야 할 일을 미리미리 해치워버리면 될까? 그러면 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을까?

해야 할 일을 해치워 본 적이 있다. 미리미리 일을 하고, 목록에서 일을 지워버린다. 어떻게 됐었지? 아, 맞다. 다른 일이 생겨버렸지. 다른 To-do list가 빈자리를 메꿨다.


그래. 그랬다. 그랬었어. 이제 생각났네. 일은 해치워 버리는 게 아니었다. 일을 해치우면 또 다른 일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럼 해야 할 일이 또 생기고, 난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불안하다.

그래. 그랬다. 그랬었어. 내 To-do list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 밤하늘의 별 같은 거였어. 그 목록을 없애려고 아등바등하는 건 하늘의 별을 하나하나 지워 깨끗하게 만들어 놓으려는 시도였다. 별이 하나도 없는 깨끗한 하늘은 예쁘지도 않고, 마음을 먹먹하거나 몽글몽글하게 만들지도 못한다. 별이 있는 밤이 날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 것처럼 일이라는 건 그저 내 삶을 채우는 한 부분일 뿐이었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건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 못한 일이 많다는 건 내가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확인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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