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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Mar 01. 2022

다짐

<다짐의 날> 행사를 망쳐버렸다.

다짐한다. 잘하려고 다짐한다. 게으르지 않으려 다짐한다. 부지런하길 다짐하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로 다짐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를 다짐하고 과식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매일 달리기로 다짐하고 명상도 놓치지 않기로 다짐한다. 책을 읽기로 다짐하고 글을 쓰기로 다짐한다. 이제 더 이상 다짐하지 않기로 다짐하면 매달 첫날의 다짐이 끝난다.

매달 1일, 난 다짐을 한다. <다짐의 날>이다. 일부러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에이 몰라> 주간도 있다. 매달 마지막 주다. 역시 일부러 정해놓은 건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마지막 주가 되면 나에게 있던 모든 의지력이 날아가버리는 모양이다. 머리는 '에이, 몰라!'로 가득 차고 다짐의 날까지 조금 게을러지기로 한다.

2022년 세 번째 맞이하는 다짐의 날이다. 다짐의 날을 위해 전 날은 보통 일찍 잔다. 늦게 일어나고 게을러지면 행사가 엉망이 되어 버린다. 그건 싫다.


새벽 1시.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열이 난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 잠시 침대에 앉아있었다. '애가... 열이 난다고...' 이게 무슨 말인지 인식하는 순간 스프링처럼 상체를 들어 올렸다. 둘째는 내 옆에서 자고 있으니 열이 나는 건 첫째였다. 급히 가보니 온 몸이 불덩이다. 자가 진단 결과는 음성이지만 아직 모르는 일이다. 2~3일 후 양성이 나오는 케이스가 주변에 많다.


둘째에게는 지금 첫째의 몸 안에 들어와 있는 바이러스가 무엇이든 절대 옮겨선 안 된다. 둘째는 어려서부터 경련을 자주 했다. 3년 전 까지도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 되어 고열이 나면 경련으로 이어졌다. 코로나로 불편함이 훨씬 컸지만 마스크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코로나가 끝나도 마스크는 전 국민이 계속 쓰고 다니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쓴 이후로 둘째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없고 당연히 경련을 한 적도 없다. 오미크론 감염으로 40도에 육박하는 열이 난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다짐의 날은 그렇게 흘러가고 11시가 되었다. 다짐보다도 훨씬 중요한 일을 했지만 행사가 엉망이 된 건 사실이다. 속상하고 아쉽지만 뭐... 어쩌랴. 다짐보다 중요한 건 내 옆에 있는 가족인걸. 식상한 멘트지만 사실인데 별 수 있나?


내일 회사에 전화해서 재택을 하겠다 통보할 생각이다. 글로 쓰면 당당하지만 전화로는 이런저런 이유를 말하며 약간의 비굴한 느낌을 내며 말하겠지만 통보는 통보니까. 재택이 아니면 방법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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