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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Nov 11. 2022

노력해야만 삶이 흘러간다는 착각

지금도, 아이를 낳았을 때도, 결혼을 했을 때도 다 잘 될 줄로만 알았다. 세상과 내 삶은 그렇게 굴러가는 줄 알았다.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다시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최근 깨닫는다. 세상과 나의 삶은 하루하루 그저 그렇게 흘러간다. 이를 알아야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낀다.


남들과 경쟁을 하며 살았다. 모든 것을 경쟁했다. 10등에서 5등이 되려 노력했고, 틀린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해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수능을 잘 봐서 친구들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가려 노력했고, 대기업에 입사하려 노력했다. 조직장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고, 승진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어제의 나’와 경쟁해서 이기려 노력했다.


삶 자체가 경쟁이었기에, 내가 지금 하는 노력이 경쟁이며 이기고 지는 싸움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인식하지 못했으니 그냥 그렇게 살아지는 게 세상이고 삶이라 생각했다. 큰 고난은 없었기에 무조건 잘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 생각했다. 내가 잘나서 이 정도 노력만 하면 이 정도 살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깨달았다. 그냥 살아지는 게 아니구나, 라는 것을. 더 노력하고, 더 성장하고, 더 경쟁해야만 지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부동산도, 주식도, 코인도 남들처럼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하고, 조직장에게 인정받고 평판 관리를 잘해서 승진도 쟁취해야 한다. 남편 노릇과 아빠 역할도 남들 보란 듯이 해내야 하는 거였다.


그러다,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흘러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경쟁하지 않아도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그냥 주저앉아 명상만 하자는 건 아니다. 물론 명상은 참 좋다.


그냥 알고 있고 싶다. 나로 인해 세상이 굴러가는 것도, 세상이 내 삶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냥 흘러간다. 그 흐름을 느끼고, 할 수만 있다면 즐기고 싶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이 있어야만 내 삶이 흐른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라고! 삶은 그냥 흘러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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