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뭔가 거창하네 ㅋㅋ
선택적 근로시간제라는 것이 있다.
근로자는 1주 40시간, 1일 8시간의 근로시간제한 없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근로할 수 있다. 근무 일마다 근로시간 수나 출퇴근 시각 등을 직원이 자유롭게 결정한다. 단 1주 40시간이 넘지 않도록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
아내의 경우 이 제도를 선택했고, 월~금 출근을 하고, 4시에 퇴근하기로 했다.
아내가 어제부로 이 시간제 딱지(?)를 떼었다. 12월 31일, 시간제 딱지를 떼는 문서를 올리고 집으로 돌아온 날, 아내는 울었다. 그동안 쌓였던 설움이 많았겠지. 시간제라고 업무를 줄여준다거나, 퇴근 시간을 챙겨준다거나 하는 배려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시간제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퇴근시간인 4시 가까이 되어 일을 시키거나, 주요 행사에서 제외해 주는 미덕은 전혀 없었다. 제도는 있었으나 사람은 없었다.
돈은 아주 정확했다. 일하지 않는 시간만큼 줄었고, 수당은 비례해서 줄었다. 그 외 기타 나오는 자잘한 돈, 선물, 간식은 모두 제외되었다.
승진은? 안 시킨다. 승진 순위라는 게 나오던데, 항상 꼴찌를 기록했다. 승진 대상자가 몇 명인지 알고 싶다면 우리 아내의 등수를 확인하면 된다.
부서 이동은? 원하는 곳? 후후 꿈도 못 꾼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곳, 누구도 오고 싶어 하지 않아 비어있어 어쩔 수 없이 시간제를 받아야만 하는 곳으로 갔다. 아내가 지금 일하는 곳은 함께 일하는 사람이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는 대상이라 (일은 안 하고, 자신의 우월감을 증명하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다른 사람을 깔아뭉개는 그런 사람인 듯하다) 꽤 좋은(이라 쓰고 편한이라 읽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내가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시간제를 접는 순간 벅차올랐으리라. 의지하던 팀장, 동기가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찾아와 정말 잘 했다며, 잘 됐다며 토닥 토닥 하니 눈물이 나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나에게 하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 때문에 10년이나 휴직을 한 아내다. 그때는 아내의 휴직이 당연한 거라 생각했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10년이라는 시간을 희생시킨 그 결정이 후회된다. 가끔 너무 불만을 쏟아내는 아내를 못 견뎌하는 나를 보며 참 못났다는 생각을 한다. 아내의 불평불만이 아무리 많더라도 나만큼은 그 말을 다 받아내야 하는데 말이다.
아내는 이제 유연근무제를 한다. 8시까지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한다. 오늘이 그 첫날이다. 6시 40분에 집에서 나가는 아내를 보며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