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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Jun 19. 2019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척할 수 있는 3가지 팁

나도 프레젠테이션을 잘할 수 있다.

난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


부서의 웬만한 프레젠테이션은 전담하고 있다. 타 부서의 프레젠테이션 요청까지 들어온다. 팀장님 자기 직원 빼앗기는 것 같다며 눈치를 준다. 나보고 어디 직원인지 입장 똑바로 하란다.


광고 회사의 프레젠테이션처럼 화려한 것도 아니고, 방송사의 아나운서처럼 정갈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난 10년 직장생활 동안 아래와 같은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번 프레젠테이션 정말 끝내줬다.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이야.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이 과장 연락해봐.

타사랑 프레젠테이션 점수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고 하더라고. 고맙다.




프레젠테이션을 원래 잘했던 건 아니다.


입사 3개월 차. 금융 상품에 대 임직원 설명회를 진행했다. 내 프레젠테이션을 봤던 과장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엉망이구만. 몸은 왜 흔들어. 발은 왜 이리 앞뒤로 움직여? 박자라도 맞추든가. 목소리는 왜 이래. 장례식이냐? 그리고 방에서 혼자 해? 사람들 하나도 못 알아들은 거 같은데?



입사 4년 차. 제도 도입에 대한 모회사의 임직원 설명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1시간 간격으로 총 3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1회가 끝나고 담당자가 내 상사에게 전화를 했다.


발표자를 바꿔 주세요. 제대로 전달을 못하는 것 같군요. 저희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닙니다. 2회 차, 3회 차는 다른 발표자로 부탁드립니다.


젠장. 회사 생활 최대의 굴욕이었다. 발표자가 교체된 날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담당자와 스타일이 안 맞았던 거라 위로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교체된 후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분을 못 이겨 한참 서성거렸던 기억이 난다.



업계 최고 수준의 프레젠테이션


발표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던 내가 1년 후에는 프레젠테이션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년 후에는 업계 최고라고 모두들 말했다.


프레젠테이션 강의를 들어본 적도 없고, 책도 읽은 적 없다. 따로 블로그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은 적도 없다. 오로지 경험을 하며 이것저것 실험해 봤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목소리 톤은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이 내용은 이렇게 설명해보자.'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적용해 보았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고 결과를 분석해 보았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서서히 내 프레젠테이션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작은 설명회부터, 수백억 짜리 경쟁 프레젠테이션, 단순히 정보를 전달부터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 분위기를 띄우고 재미있게 전달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부터 정갈하고 신뢰감 있게 전달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까지 모두 경험했다.


이렇게 경험하고 적용한 사항들 중 내 생각에 어떤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팁 세 가지를 정리해 봤다.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팁이랄까?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척할 수 있는 3가지 팁


1. 앞부분을 특히 더 연습한다.

첫인사부터 1분이 프레젠테이션의  이상을 좌우한다. 특별한 말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재밌는 이야기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필요 없다. 그저 앞부분 1분을 외우든, 연습을 많이 하든 여하튼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하면 대부분 뒷부분은 흐름을 타고 아주 잘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인사를 하는 디테일도 챙기면 좋다.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 "A사에 이00입니다."


"A사에 이00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꾸벅 인사)


위 두 인사말의 차이점을 알겠는가? 첫 번째 인사는 박수를 받기 애매하다. 박수를 치다 멈출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두 번째는 박수를 치기 좋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며 인사를 하면 대부분 박수를 친다. 이왕하는 프레젠테이션 박수를 꼭 받고 시작하자. 분위기가 너무 엄숙해서 박수가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청중에게 '이제 시작이군'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할 수 있다.



2. 중요한 부분에서는 잠시 멈춘다.

억양으로 포인트를 준다던지, 어투를 바꾼 다던지, 목소리 톤을 바꾸는 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힘들다. 그러나 잠시 멈추고 청중을 바라보는 건 용기만 있다면 할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단어나 말의 앞이나 뒤에서 잠시 멈춘다. 그러면 그 내용을 완벽히 강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2초간 멈춤) 우리를 최고로 인정했을까요?"

"여러분들께 최고의 수익률을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1초간 멈춤) 여러분들이 무언가를 결정해야만 하는 순간 (2초간 멈춤) 바로 그 순간, 항상 옆에 있을 거라는 약속은 드릴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래 멈추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3. 뒷 슬라이드와 연결한다.

뒷 슬라이드와 연결하는 건 프레젠테이션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준다.


1. 논리적으로 보여 전문성이 도드라진다.

2. 자연스러워 보여 프로의 냄새를 풍긴다.

3. 내용이 연결되어 이해하기 쉽다고 느낀다.


즉,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뒷 슬라이드와의 연결고리를 잡을 수 있으면 항상 잡는 것이 좋다. 이전 슬라이드에서 다음 장표와 연결하는 말을 한다. 그 말과 함께 다음 슬라이드로 넘긴다. 단 10%만 연결해도 품격이 달라지는 걸 느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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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거를 한번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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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한 마디의 힘이 느껴지는가. 안 느껴 진다면 한번 큰 소리로 읽어 봐라. 슬라이드도 한번 상상해 보라. 난 그 차이가 많이 느껴진다.




더 중요한 게 많다고?


맞다. 프레젠테이션의 내용, 발표자의 이해도, 연습량, 톤, 태도, 청중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 등 중요한 부분이 너무 많다. 청중이 누구인지 파악한 후, 좋은 내용으로 채우고, 그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연습도 충분히 한 상태에서 매끄럽고 편안한 톤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우리에게 때로는 얄팍함도 필요하다. 내가 이야기한 3가지 팁은 바로 그런 얄팍함이다. 모든 걸 채울 수는 없겠지만, 예전과 다른 모습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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