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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Nov 29. 2018

#5 슬기로운 회사 생활

[5주 차] 회사에서 딴짓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

인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다양한 테이블을 돌아다니기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카드로만 게임을 하면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탁월한 삶을 살려면 내 카드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타인의 카드는 바꿀 수 없지만 내 카드는 바꿀 수 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골몰하지 말고, 나 자신이 먼저 기꺼이 바뀔 채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스 고딘Seth Godin 세계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

나에게 회사란?

하루 중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회사다. 퇴사에 성공한다면 모르겠지만 그전까지 난 인생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낼 것이다. 회사 생활이 힘들고 지루하다면 내 삶도 힘들고 지루할 것이다. 이런 나날이 계속된다면 삶의 의미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회사는 현재 우리 집의 유일한 현금흐름이기 때문이다. 5일간 일해서 2일간의 시간을 얻어 내는 불합리한 구조가 짜증 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른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전까지 회사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아빠 회사 그만두는 거 어때? 매일 같이 놀 수 있잖아"라는 나의 말에 우리 딸아이는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빠, 그럼 우리 거지 되잖아. 그냥 다녀. 주말에 나랑 놀면 되지"



회사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쩔 수 없이 난 회사를 다녀야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회사를 이용해야 한다. 


회사를 철저하게 이용하라. 사축 인척 하는 가면 사축이 돼라.


고다마 아유무는 《가면 사축》이라는 책에서 가면을 쓰라고 말한다. 회사의 말을 잘 듣는 척, 회사에 충성하는 척하라고 한다. 하지만 뒤로는 자신의 발전, 자신의 성장을 위해 힘쓰라고 말한다.



평범함 회사원의 일상

9시가 되었다. 네스프레소에서 커피를 한잔 내린다. 자리로 들고 와 커피 향을 음미하며 컴퓨터를 주시한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기로 한다. 내 업무에 도움이 되는 기사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각종 포털의 헤드라인을 체크하고 스캔한다. 오늘은 업무에 도움을 주는 기사는 없었다. 어제도 없었던 것 같긴 하다. 10시가 되면 집중근무 시간 종이 울린다. 앞으로 한 시간 업무에 집중해야겠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메신저가 온다. "오늘 점심 약속인 거 아시죠? 뭐 먹을까요?" 경리팀의 유 대리다. 직장생활은 인간관계가 8할이니 네트워크를 잘 다져 놔야 한다. 부장님도 차장님도 항상 네트워크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20분간 메뉴를 정하고 일을 해보려고 하니 한 시간의 집중 근무 시간이 끝났다. 옆자리 차장님이 아나운서 A양과 야구선수 B군이 결혼을 한다며 놀라 말한다. 맞장구를 쳐주며, 아침에 미리 헤드라인을 훑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부러운 연예계 이야기를 조금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네트워크를 위해 경리팀 유대리와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같은 회사에서 네트워크라니 우습긴 하지만 다들 그게 필요하다니 의심은 말자.

오늘까지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가 있다. 일주일의 기한이 있었지만 보고하기 1시간 전에 대부분 작성했다. 일주일 동안 작성하면 퀄리티를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뭐... 일이란 원래 막판에 하는 거다. 종이 울린다. 4시가 되어 집중업무시간이 끝났다. 동기들과 티타임을 갖는다. 매일 똑같은 회사 이야기로 웃고 떠든다. 예전에 타 부서와 협의할 일이 있었는데 동기 녀석이 있어서 쉽게 일처리를 했다. 역시 팀장님이 강조하는 네트워크가 회사 생활에는 중요한 듯하다.

30분 후면 퇴근시간이지만 회의를 한단다. 2시간 동안 팀장님의 독무대가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집에 가고 싶지만 팀장님 기분이 상할까 흔쾌히 "네"라고 대답한다. 저녁을 먹으며 반주를 한잔 하고 오늘도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헤어진다.


이 글을 읽고 '이 자식 회사 생활 편하게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자신에게 조차 솔직하지 못하거나 진짜 일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일이 많아 매일매일 1분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면, 그러고도 그게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면 평생 그렇게 살면 된다. 그렇게 살아서 어떤 보상을 받을 것인가? 승진? 급여 상승? 천만의 말씀이다. 회사는 당신이 몇 시까지 일하든, 상사에게 충성을 하든 상관없지 않을까?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선택하지 않을까?



출퇴근

난 절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지 않는다. 10년 간의 회사 경험 상 근태로 나를 어필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뿐이다. 내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좋고, 그렇게 하고도 내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면 괜찮다. 그렇지 않다면 출퇴근 시간을 확보하여 내 시간으로 쓰는 게 좋을 듯하다. '재는 늦게 출근하고 칼퇴하는 친구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조금만 야근을 해도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본다. 야근을 시키면서도 미안해한다. 물론 시간 내에 퀄리티 높게 일을 완수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출근 후 30분, 점심시간 후 30분

생각보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옆에서는 잘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계속 쳐다보는 건 아니다. 더구나 출근 후 30분, 점심시간 후 30분은 더더욱 그렇다. 그 시간은 책을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난 괜히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누르고 있거나 스마트폰으로 SNS를 하지 않고 대놓고 책을 읽는다. 누가 무슨 말을 할까 봐 두렵다면 일단 시도해 보면 어떨까? 오히려 대단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혹시 근무 중에 책을 읽으면 안 된다고 뭐라 하는 상사가 있다면 그때 안 하면 되지 않을까? 한국에서 가장 관대한 것 2가지가 난 이거라고 생각한다. 바로 숙취와 독서다.



점심시간

상사들에게 이런 충고를 많이 들었다.


'사내 네트워크를 잘해 놓아라'
'일 편하게 하려면 누구와 잘 사귀어 놓아라'
'점심 절대 혼자 먹지 말아라'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회사 내에서 네트워크를 늘리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서 일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한다면 인생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사내 사람들과는 일을 하면 된다.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지 친목을 도모하는 곳이 아니다.


한 달 전부터 점심시간에 약속을 잡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책을 한 권 들고 매일 가는 카페로 향한다.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내 전용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으면 성취감이 생긴다. 쓸데없이 누군가와 친목도모를 위해 점심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충만함을 느낀다.



업무시간

8시간을 1분도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은 없다. 업무를 타이트하게 한다면 4시간이면 웬만한 업무는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의 기한을 주면 일주일 안에 일을 하고 하루의 기한을 주면 하루에 일을 마친다. 퀄리티가 다른가? 크게 차이 없다.


난 그 시간을 아껴서 책을 읽기로 했다. 이때 E-Book이 정말 좋다. 모두 다 스마트 폰을 자주 보기 때문에 스마트 폰을 보는 모습을 상사가 본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세워놓고 E-Book을 읽는다. 남들이 담배 피우러 나가는 시간에 E-Book을 읽는다.



회의시간

회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2시간 동안 한 사람만 떠드는 이건 회의가 아니다. 회의는 의사결정을 위해 사전에 내용을 숙지하고 2~30분간 진행하는 것이다. 회의가 끝나면 무언가가 결정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팀의 회의는 절대 회의가 아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 이 시간을 나는 계획을 세우거나 기존 계획을 수정하던가, 사업 아이디어를 머릿속으로 떠올린다.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달라.





평판이 두렵다

'모르는 거 같지? 위에서는 너 딴짓하는 거 다 알아...'

'그렇게 일해서 잘할 수 있겠니? 한심한 놈...'

'그러다 걸리면 평판 다 떨어져. 회사에서는 평판이 다야.'


내 딴짓(?)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3시간에 100의 성과를 내는 토끼보다 10시간에 100의 성과를 내는 거북이가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난 토끼가 되어야겠다.


사축은 '남들과 똑같이...' 하고 의식한다.
가면 사축은 '내가 사장이라면?' 하고 의식한다.
경영자는 용기 있는 사원을 원한다.

상사에게 불만을 말하면, 사내에서 자신의 입장이 안 좋아질까 봐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간관리직은 자신의 지위나 기득권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상층부가 정한 방침을 거스를 용기가 없다. 그런데 젊고 잃을 것이 없는 당신이 등장하여 솔직한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면 상사는 자신의 대변자로 당신을 소중히 여기며 앞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정말 현명한 경영자라면 젊고 신선한 사고와 행동력이 회사에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고다마 아유무, 《가면 사축》-

이 책을 읽고 문제라 느껴지면 건의를 하고 항상 내 의견을 덧 붙였더니 한 달 만에 상사가 날 보는 눈빛이 달라진 걸 느꼈다. 업무의 위임이 많아졌고 업무의 영역도 넓어졌다. 그리고 어떤 사안에 대해 내 의견을 묻기도 한다. 예전에 나는 단순히 통계와 숫자를 뽑는 사원이었다.


난 회사에서 딴짓을 많이 하지만 평판이 나쁘지 않다.
 

다양한 카드와 다양한 테이블

지금까지 해온 대로 관성적으로 회사생활을 한다면 난 결국 '이미 갖고 있는 카드'로 회사라는 하나의 테이블에서 같은 게임만 하다가 죽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내가 마음만 먹는 다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이다. 회사를 철저히 이용하여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다양한 테이블로 이동해 봐야겠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닐 수도 있겠다. 100미터 달리기가 수 없이 반복되는 게 아닐까?

인생은 온전한 육신을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무덤으로 향하는 여정이 아니다. 연료를 소진할 때까지 질주하다가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아슬아슬하게 멈춰 선 후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어야 한다. '와, 정말 끝내주는 여행이었어!'

-헌터 톰슨Hunter S. Thompson 《오만의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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