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실한 베짱이 Nov 21. 2018

#4 퇴사를 위한 습관

[4주 차] 매일 먹는 음식과 매일 하는 습관이 곧 '나'다.

습관의 사슬은 처음엔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약하지만 알아차렸을 때는 너무 강해져 끊을 수 없다.
(새뮤얼 존슨 Samuel Johnson, 영국 소설가이자 시인)

인생의 후반부는 인생의 전반부 동안에 얻은 습관들로 이루어진다.
(도스토예프스키, 러시아의 소설가)



'의지박약의 나'

난 의지가 약하다. 

피아노를 배웠지만, 체르니 100을 넘기지 못했다. 바둑을 배웠지만 지금 하나도 둘 줄 모른다. 탁구는 '포어 핸드 스트로크' 하나 배우고 그만뒀다.

볼링은 근육이 너무 아파 한 달만에 그만뒀다. 당구, 스쿼시도 마찬가지다.


1년 치 등록비를 헬스장에 여러 번 갖다 바쳤다. 복싱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세 달 만에 그만뒀다.


그때 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못하는 건 쪽 팔려.
잘하게 되면 그때 주변에 이야기하자.


항상 몰래 무언가를 시작했다.

볼링을 한다면 터키 정도 칠 수 있을 때 
복싱을 한다면 아마추어 대회 정도는 나갈 때
헬스를 한다면 식스팩 정도 만들었을 때 말해야지


그러나 지금의 난,

터키는커녕 스페어 처리도 힘들고,
대회는커녕 우리 아들한테도 맞고,
식스팩은커녕 과체중이다.


잘하게 되면 멋있게 나타나기로 한

'결심 속 나'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남몰래 한 결심은 허공으로 흩어졌고, 

'의지박약의 나'만 남았다.



'대화'

도대체 왜 그래?
무엇 때문에 그러냐고?
내가 어떻게 해줄까?

'의지박약의 나'

이 새끼는 말이 안 통했다.


그 뒤 내 결심을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1년 뒤에 퇴사하기로 했다고, 내 삶을 바꾸기로 했다고, 그래서 아침 5시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아침 일기를 쓰기로 했다고.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 말했다. (물론 퇴사 이야기는 편한 회사 생활을 위해 직장 동료들에게 하지 않았다.)


'의지박약의 나'는 계속 속삭였다.

'아직 한 번 밖에 안 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알아 버리면 어떡해...'
'못하면 안 되잖아. 너무 무섭잖아'
'실패하면 어떡해, 너 감당할 수 있니...'

못하면 안 된다고,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불안했다. 

항상 몰래 무언가를 이루려 했다.

그래서 힘들고,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



'쪽팔림'


"응원한다! 파이팅!" vs "야! 한 세 달은 하고 말해."


내 결심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쪽팔리지 않으려고, 빈정거림에 복수라도 하듯

아픈 근육을 이끌고 졸린 눈을 비비고 달리러 나간다.


아침 달리기를 마치면 페이스북에 운동 결과를 올린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매일 아침 눈이 떠진다.


5시에 아침을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 간다.


"너... 정말 5시에 일어나냐?"


나 정말 5시에 일어난다.

아침 운동도 한다. 벌써 두 달째다.

아침 일기도 쓰고 매일 책도 읽는다.

한번 봐라 얼마나 오래 하는지.


'참 잘했어요.'

난 나에게 이 도장을 주기로 했다.

가시적이고 초 단기적인 성취감을 나에게 주기로 했다.


'Runday'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였다.

이 앱은 한번 운동을 성공할 때마다 

나에게 도장을 찍어 주었다.


처음에는 2~3분 달리는 것도 버거웠지만 오늘 아침 15분을 연속으로 달렸다. 다음 주에는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게 된다. 도장은 20개나 모였다.



'아침 일기'

미국의 통계학자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저서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자신을 속이고 기만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다.

본래 넷플릭스에는 보고 싶지만 당장은 시간이 없어서 못 보는 영화를 담아두는 칸이 있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에게 여유 시간이 생길 때면 이 영화를 상기시켰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데이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용자들은 영화를 채워놓지만 며칠 후에 상기시켜도 좀처럼 클릭하지 않았다.
뭐가 문제였을까?
앞으로 보고 싶은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2차 대전을 다룬 흑백 다큐멘터리나 심각한 외국 영화 등 식자층이 즐겨 보는 영화를 골랐다. 그렇지만 며칠이 지나면 그들은 평소에 즐겨보던 코미디나 로맨스 영화를 보려 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 후 넷플릭스는 스스로 선택한 영화가 아닌, 실제 조회수나 클릭을 기반으로 영화를 추천하기 시작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나 또한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살아왔다. 그냥 당연히 난 나에게 솔직한 줄 알았다.


"솔직히 말해봐. 이게 정말 내 마음인가?"


아침 일기를 쓰면 쓸수록,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솔직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그럴듯한 말로 일기를 채워 넣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말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아침 일기로 난 위로를 받고 있다.


나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준다.

'에버노트'를 이용하여 아침 일기를 쓴다.

벌써 30개 이상의 아침 일기가 쌓였다.


이 일기를 쓰면서 '미래의 나'를 상상해 본다.

오늘 당신이 3년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당연히 기록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인텔리전트 체인지, 《하루 5분 아침 일기 Five-Minute Journal》-

3년 후 난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꾸준히 '습관'을 만들어 나간다.

꾸준히 '나'를 만든다.



지금의 습관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

하루가 바뀌면, 내 삶이 바뀐다.


매일 반복하여 먹는 음식이 곧 내가 되듯

매일 반복하여 하는 행동이 곧 내가 된다.

매일 반복하는 행동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미래를 결정짓는다.

매일 반복하는 행동이 인생의 원대한 목표에 

나를 다다르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3 베짱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