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실한 베짱이 Nov 14. 2018

#3 베짱이

[3주 차] 내 별명은 베짱이

나는 베짱이다.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고 다녔던 탓에 초등학교 때부터 내 별명은 베짱이였다.

"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하는데, 얘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타 들어가야만 해요"


17년전 오지랖 넓은 대학동기가 우리 엄마한테 했던 말이다.  


이렇게 사는 게 멋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술을 즐기고, 게으르고, 귀찮은 듯, 무심한 듯, 쿨하게 살지만
공부건, 운동이건, 일이건 다 잘하는,
유머, 센스, 품격이 넘치는 그런 사람.

이런 영화나 만화에나 나올 법한 사람이 나일 거라 생각하고 살았다.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막연히 믿었다.


그런데 난 이런 사람이 되었다.

과음을 하고, 게으르고, 귀찮아하고, 무심하고, 쿨한 척하고 사는
공부건, 운동이건, 일이건
다 고만 고만하게 하는, 그런 사람.

영화에서 노력과 고통의 과정이 한 컷의 영상으로 쉽게 표현돼 듯 내 인생의 노력과 고통도 그렇게 쉽게 지나가고 성공도 따라오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모든 주인공이 그듯 우연한 만남과 행운이 내 삶에도 찾아올 거라 믿었던 것 같다.


힘들지 않고 꿈이 이루어 질거라 믿었다.


말로는 그렇지 않다고, 온갖 아는 체, 잘난 체 하며 인생에 대해 말했지만, 정작 나는 중2병에 걸린 것처럼 살고 있었다.


내가 중2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 난 이런 하루를 살았다.

아침에 겨우 겨우 일어난다.
시계를 보니 7시 50분.
큰 아이를 깨워야 한다.
잘못 깨우면 짜증을 제대로 내기 때문에 심호흡을 한번 하고 들어간다.
발 마사지를 해주며 살살 아이를 깨운다.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로 향한다.
8시 59분에 간신히 회사에 도착한다.
 
'30분 전에는 와야 되는 거 아니냐?'
'한 번만 지각해봐. 한 번만 걸려 봐'

이런 생각을 하며 날 쳐다보는 듯하다.

회사 업무 중간중간 메신저가 온다.
오늘 한잔 하자는 말들.
빨리 6시가 되어 회에 소주나 한잔 할 생각을 하며 습관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동료들과 상사 욕, 회사 욕, 집안 욕을 안주 거리 삼아 술을 한잔 한다.
쓸데없는 시간을 즐겁다,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착각 속에 보낸다.

술이 취해 집에 들어온다.
아내는 당연히 화가 나 있고 큰 딸은 취한 아빠를 괴물 쳐다보듯 바라본다.
쓰러져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난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회사로 나갔지만 하루 종일 너무 힘들다.
집에 들어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든다.

아내는 당연히 또 화가 난다.
다시는 술을 먹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결심을 하면서도 난 안다.
내일 술을 마실 거라는 것을.



무한 루프에 빠진 듯 하루가 조금씩 망가지고 있었다.

1.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2. 한정된 시간에 아이와 내가 모두 준비해야 하니 혼란스럽다.

3. 피곤이 가중된다.

4. 이 상태로 회사에 가니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5.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니 술을 마신다.

6. 술을 마시니 아내가 화를 낸다.

7.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8.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반복)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내 눈을 사로잡은 책 한 권이 다.

제프 샌더스,《아침 5시의 기적》


1번 고리부터 과감히 끊어 버리기로 했다. 난 책의 제목만 보고 아침 5시에 일어나기로 결정했다.


제프 샌더스는 아침 시간을 활용하여 인생의 원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아침의 1~2시간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직장에서 피곤한 하루를 보낸 뒤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초보자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매일 반복하는 행동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미래를 결정짓는다. 매일 반복하는 행동이 인생의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나의 결심을 굳히려는 듯 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식사 전에 하루를 지배하라.



마치 종교의식처럼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할 계획을 세웠다.

5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다.

달리기를 한다.

스트레칭 후 샤워를 한다.

6시 30분부터 30분간 아침 일기를 쓴다.

7시부터 7시 30분까지 책을 읽는다.

아이들을 깨우고 여유롭게 아침을 준비한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피곤이 몰려왔다.

그러나 이 계획을 실행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아침 5시 기상은 나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1. 아침 일기를 쓰면서 나 자신에 대해 솔직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2. 책을 많이 읽었다.(일주일에 1~2권 정도)
3.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4. 일찍 자게 되었다.
5. 건강해졌다.
6. 술자리가 3분의 1로 줄었다.(일주일에 한 번 정도)
7. 아내의 수고와 어려움을 말뿐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8. 아내가 날 칭찬해 준다.
9. 스마트 폰을 손에서 놓게 되었다.
10. 다음 날이 기다려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로 이번 주 브런치는 마치려고 한다.


당신이 반복적으로 하는 일,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 막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