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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Nov 07. 2018

#2 막막하다.

[2주 차] 이제 뭘... 해야 하지?

막막하다.

1년 뒤에 퇴사를 하기로는 했는데... 그걸 나름 선언(?) 비슷하게 했는데... 뭘 준비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기만 하다. 무엇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지 요약정리집을 나누어 주는 퇴사 준비 학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문제 풀이를 할 테니 집에서 공부를 꼭 해오라고 관리해주는 그런 학원 말이다.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입시 교육의 폐해를 직격타로 맞은 나로서는 이렇게 혼자 생각하고 계획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어렵기만 하다. 정말 난 이제 뭘 해야 할까?


막막함을 잠재우기 위해서 무작정, 퇴사 후 내가 바라는 일상을 그려봤다.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이지만 내가 바라는 일상은 이렇다.


아침에 일어난다. 가족들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아내와 아이들이 깨지 않게 조심스레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 아침은 삶은 달걀과 고구마, 시리얼이다. 첫째 아이가 오늘 아침은 왜 모닝빵과 베이컨이 아니냐며 투덜댄다. 빨리 아침을 먹이고 회사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겠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다른 음식을 먹고 싶은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해 주고 맛있게 먹자고 말한다. 평소 같으면 짜증을 내며 울고 불고 했겠지만 충분히 공감을 해 줬기 때문인지 아이는 별 다른 짜증 없이 밥을 먹는다.

둘째의 응가를 가뿐히 치우고 어린이 집에 데려다 주니 아침 10시. 매일 가는 동생의 카페테라스에 앉아 공짜로 아메리카노 한잔을 하며 책을 읽는다.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점심에 맥주를 마신다. 오늘이 그 날이다. 아내와 함께 자주 가는 테라스 카페로 가서 팬케익과 소시지, 그리고 맥주를 하나 시킨다. 아내는 살찐다고 투덜대면서도 달콤한 카페 모카를 시킨다. 따뜻한 햇살이 내 얼굴에 닿고, 적당한 취기는 날 기분 좋게 한다. 서로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웃음을 짓는다.

오후 2시가 되면 잠시 일을 할 시간이다. 하루에 1~2시간 정도 노트북과 전화를 이용하여 일을 한다. 이를 통해 직장을 다니면서 벌었던 수입의 대부분이 충족된다. 그 사이 첫째는 학교에서 돌아오고, 둘째도 어린이 집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 앞에서 축구를 하거나 인라인, 킥보드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첫째는 요사이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친구들과 더 놀고 싶다고 하여 그러라고 했다. 둘째와 함께 집으로 들어와서 블록, 퍼즐 놀이를 한다. 그동안 난 저녁을 준비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한우 안심을 샀다. 스테이크를 구워 먹어야겠다. 와인도 한잔 곁들이고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아이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첫째가 학교에서 발표를 했는데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역시 날 닮았다. 둘째도 어린이 집에서 누구를 때리거나 밀치거나 하는 행동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아내의 노력이 드디어 효과를 나타내나 보다. 쓰레기봉투를 쉽게 끼우고 뺄 수 있는 쓰레기 통을 만들어서 팔아 보는 게 어떠냐는 내 아이디어에 첫째가 유튜브를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한다. 자신이 인형 놀이하는 것을 찍어서 올리면 대박이 날 거라고 한다. 영상을 찍기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형이 너무 적으므로 한 3개는 더 사줘야 할 것 같단다. 많이 컸다. 협상가로 키워야겠다.

저녁 식사 후, 첫째는 숙제를 하고 둘째는 책을 읽는다. 아내는 태블릿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요새 일러스트에 푹 빠져 있다. 아이들의 생활을 일러스트로 SNS에 올린다. 센스가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요새 보니 아니다. 센스가 날로 늘고 있다. 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본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1달 정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아볼 생각이다. 지난 여름 방학 때 밴쿠버에서 지낸 1달은 정말 즐거웠다. 그곳의 식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 먹고, 시장에 가고, 옷가게에 가서 옷을 사고, 그곳의 언어를 배우고, 사람들을 사귀는 경험들이 너무 즐겁다. 처음엔 불안해하던 첫째도 다음엔 어디로 갈 건지 제법 의견을 많이 내고 있다.
그래! 이런 삶이야.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어.



이런 삶을 위해서는 돈, 정확히 말하면 현금흐름이 필요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효율적인 현금흐름. 즉, 5일간 하루에 8시간 일해서 2일간의 자유와 돈을 받는 것이 아니다. 일주일에 8시간만 일해도 동일한 현금흐름이 나올 수 있는 그런 현금흐름이 필요하다.


그럼 이런 현금흐름은 어떻게 만들지?


젠장. 모르겠다. 모를 땐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책을 읽어야 한다.

엠제이 드마코의 《Unscripted》에서는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돈 사냥에서 손을 떼고 가치 사냥에 나서라. 당신의 목표가 천만 달러라면, 새로운 목표는 천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편안함, 편리함, 기능성이 한때는 누군가의 아이디어였다. 이기심을 버리고 타인의 필요에 집중할 때 가치가 창출된다. 위대한 가치에 위대한 부가 뒤 따라온다.


살아나가면서 무언가 불편하다면 가치 창출의 기회이다. 편안함이라는 가치를 창출하여 사람들에게 전파하라. 그러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그럼 오늘부터 아이디어를 생각해 봐야 하나? 주변의 불편함을 찾는 노력을 항상 해야 하는 건가?


좋은 말인 것 같은데, 막연하다. 혼란스럽다.


주변 사람들은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이런 걸 말하곤 한다.


부동산, 주식


상가를 사면 임대료가 나오고, 주식을 사면 배당금이 나온다. 경기가 좋아지면 부동산, 주식 가격이 올라 시세 차익 또한 누릴 수 있다.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 부동산과 주식을 사자. 그러면 된다.

살 돈이 있나?

난 돈이 없다.

없는 정도가 아니다.

지난주에 말했지만

난 마이너스 5천만 원을 가지고 있다.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한 번에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기분이랄까?



두 번째로 필요한 건 원대한 목표 그리고 비전이다.

난 의지가 약하다. 꾸준히 한 일이라곤 숨쉬기 정도다. 안 하면 죽는 일, 안 하면 쪽팔리는 일 아니면 꾸준히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목표와 비전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와 비전은 회사에만 있는 게 아니다. 회사의 비전은 세뇌를 당해서 알고 있지만(우리 회사는 비전 관련 숙지도 시험도 본다.) 내 삶의 목표나 비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나의 목표와 비전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루를 바꾸어야 한다.

아침에 겨우 겨우 일어나서 회사를 간다.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피곤함을 등에이고 아이들과 놀지만 피곤한 탓인지 공감이 잘 안된다. 아이도 재미없고 나도 재미없는, 의미 없는 시간이 흘러간다. 아이를 재우다가 나도 잠이 들고 새벽 1시쯤 깬다. 뭘 할까 하다가 결국 유튜브를 선택한다. 쓸데없는 토론회, 예능, 야구 동영상을 보다 보니 어느덧 3시. 화들짝 놀라 잠을 청해 보지만 직전까지 시각 자극을 받고 있었던 탓인지 눈만 감고 있다 겨우 겨우 일어난다. 회사에서 비몽 사몽 있다가 술자리가 있어 술을 마시러 간다.

이게 내 일상이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조건 바꾸어야 한다. 하루를 바꾸지 않으면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하루를 지배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지배할 수 없다.


현금흐름은 어떻게 할지 당장은 모르겠다. 목표와 비전은 나와의 솔직한 대화를 조금 더 해봐야겠다.


"하지만, 하루를 바꾸는 것은 지금 당장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의 습관이 모여 내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한 주를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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