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걸 좋아했다. 자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고, 수면 시간에 대한 강박도 조금 있었다. 7시간 30분은 자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자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바뀐 게 하나 있다면,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져,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안타깝지만 시간을 늘릴 순 없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고,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누구는 같은 시간을 살면서 더 큰 성과를 이루고, 누구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무슨 차이일까?
그들은 시간의 밀도가 다르다. 시간을 늘릴 수는 없지만 밀도는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출퇴근길에 스마트폰 대신 독서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완전히 습관화한 덕분에 지금은 적어도 일주일에 책 한 권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 한 권은 내 삶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 더 없을까?
밀도 높이기의 효과를 체감한 나는 또 고민했다.
있었다. 매일 버려지는 시간이 있었다. 바로 걷는 시간이다. 걷는 동안엔 책도 읽을 수 없다. 그래서 딱히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늘 이어폰을 꽂고 다녔다. 말 그대로 습관이었다.
의미 없이 음악을 들으며 걷는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고 싶었다. 그리고 책 『비상식적 성공 법칙』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 간다 미사노리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곳에서 그가 배운 것 중 하나는 오디오 듣기였다. 미국에서는 사업가나 회사 중역들이 운전 중 오디오 듣는 것이 당연한 습관처럼 되어 있다고 한다. 그걸 배운 저자는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길 그 습관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다고 한다.
나도 즉시 따라 했다. 집중하며 들을 때도 있고, 멍때리다 놓치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 멍때리는 동안에도 무의식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한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수시로 메모장 앱을 켰다. 걷기가 창의력에 미치는 효과는 충분하고도 확실히 입증되었다. 동시에 훌륭한 인생 선배가 귓가에 길을 알려주니, 그야말로 자기 계발 치트키다.
사람들은 '생각에 관한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생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만 내버려두면 우리는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 마련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이내 하지 못할 이유가 따라온다. 이는 내가 행동력이 부족하거나 작심삼일이어서가 그런 게 아니다. 생존이 최우선되도록 진화해 온 우리의 뇌는 '행동하지 않는 쪽'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디오는 부정의 싹을 없애는데 탁월하다. 긍정의 언어를 내 귓가에 속삭이니, 결과적으로 행동력까지 향상한다.
앞서 시간을 늘릴 수는 없다고 했던가? 수정해야겠다. 밀도를 높임으로써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적게 잡아 하루에 30분을 걷는 데 사용한다고 치자. 일주일이면 210분, 한 달이면 900분이다. 그리고 일 년이면 무려 10,950분, 182시간이다. 버려지던 7.6일을 확보하는 셈이다.
자본주의에서 유일하게 공평한 게 있다면, 바로 시간이다.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그런데 그 시간을 소모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 태도의 차이가 밀도의 차이를 만들고, 결국 누군가는 더 많은 것을 일군다. 진부한 격언이지만, 정말로 시간이 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