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돈 되는 일로 -3
약 2년 전, 카페에서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올해는 뭐에 도전할 거야?"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무슨 얘기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너 도전하는 거 좋아하잖아"
응? 내가?
때로는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타인의 입을 통해 듣기도 한다. 이 상황이 딱 그러했다.
내가 도전하기를 좋아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침 한 가지 목표가 있었다.
"나 책을 써 보고 싶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책을 직접 써보고 싶단 생각에 이르기 마련이다. 친구에게 말한 대로 나는 작년에 허접하게나마 책 한 권을 출간했다.
책을 썼다고 인생이 달라진 건 없다. 그렇지만 목표를 이뤘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차오르는 걸 보면, 얻은 것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어쩌면 친구의 말마따나 나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새해가 밝아오니 그때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제는 누가 묻지 않아도 나의 내면이 먼저 물어온다.
'그래서, 올해엔 어떤 도전이지?'
올해에도 한 가지 목표가 있다. 바로 '푼돈이라도 내 손으로 직접 벌어보기'이다. 지금은 조금 세련되게 바꾸어 <좋아하는 일을 돈 되는 일로>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지금껏 누군가의 밑에서만 일해 본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일단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여러 고민 끝에 내가 정한 사업 아이템은 '반려동물 출장 촬영'이었다. 동물, 그리고 사진.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키워드를 합쳐 생각해 낸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작은 무모했다. '해볼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곧바로 움직였다.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생각이 길어지면 용기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우선 쿠팡에서 까만 배경지와 스탠드를 샀다. 다음 날 퇴근하고 오니 집 앞에 택배가 와 있었다. 나는 옷도 벗기 전에 상자를 뜯었다.
배경지를 세우고 우리 집 고양이, 폴라를 모델 삼아 테스트해 봤다. 유튜브로 촬영법을 미리 배운 덕분에 처음치고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훌륭했다(스스로에게 후한 편).
그렇게 찍은 사진을 당근에 올렸다.
'집에서 반려동물 사진 찍으실 분'
무료로 찍어준대도 아무도 관심 없다면, 돈 되는 일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글을 올려놓고 초조한 마음으로 반응을 기다렸다.
그런데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웠다. 뒤늦게 덜컥 겁이 났다. 진짜 사진 작가도 아닌 주제에 과연 내가 잘 찍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껏 질러 놓고 또 약한 마음이 들다니. 스스로 따귀를 한 대 (살짝) 때린 뒤, 신청자들에게 채팅을 보내기 시작했다.
본업이 있기에, 여가 시간과 주말에 예약을 잡았다. 금세 한 달 치 스케줄이 차버렸다. 수요는 확실히 있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그. 러. 나.
수요를 확인했다는 안심도 잠시, 그렇게 시작된 촬영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