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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기록

우리는 결국 죽습니다

『엔드 라이팅』

by 멈가



‘나는 왜 더 열정적으로 살지 못하는가?’


종종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고는 한다. 온 열정을 불태워 가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열등감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아마도 『엔딩 라이팅』의 저자인 노윤주 작가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죽음’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하루를 어영부영 보내는 이유에 대해서, 우리가 자꾸만 죽는다는 사실을 잊기 때문이라고 했다. 엔딩 라이팅이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더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자 콘텐츠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왠지 불편하다. 생물이라면 모두 겪는 일이고, 자연의 이치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건 금기시된다. 사람들은 애써 죽는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그런데 엔딩 라이팅은 그런 불편한 단어를 키워드로 삼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특이한 책이다.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고 기사를 쓰고, 묘비명을 만들고, 장례식을 기획해 보도록 가이드 되어 있다. 앞서 책이자 콘텐츠라고 한 이유이다.


엔딩 라이팅은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순간을 그리다 보면,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은 사실 같은 의미인 것이다.



또 다른 책, 『명상록』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여러 번 이야기한다. 죽음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게 다가오고 있음을. 그러니 영생을 얻은 듯이 살지 말라고.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지 않고,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은 적게 하고, 하고 싶은 일은 많이 하고, 그래서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 비법은 바로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그것이 1,800년 전 한 로마의 황제가, 그리고 노윤주 작가가 찾은 답이다.



비슷한 수명을 가졌음에도, 어떤 이는 맨손에서 시작해서 결국엔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어떤 이는 아무런 업적도 남기지 못한다. 전자야말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는 없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만약 10년 뒤에 죽는다면 나는 오늘 무얼 할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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